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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3화. 엘프와 요정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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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엘프와 요정족

아름답고 오래 사는 엘프가 인간을 동경하는 이유

영화 '엘프'는 초록색 옷에 고깔모자를 쓰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덴마크의 엘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엘프'는 초록색 옷에 고깔모자를 쓰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덴마크의 엘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판타지 이야기엔 인간을 닮았지만, 조금 다른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오크·고블린처럼 추하게 생긴 괴물도 있지만, 인간과 매우 닮은 종족들도 많죠. 그중에서도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엘프는 가장 유명한 종족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영화·만화·게임에 이르기까지 엘프가 나오지 않는 판타지 작품을 찾기 힘들죠.

엘프는 키도 외모도 인간과 닮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의 귀가 길다는 점인데요. 대개 사람보다 조금 긴 정도지만, 일부는 옆으로 길게 늘어져 거의 한 뼘에 가깝게 묘사됩니다.매우 오래 살며 특수한 힘을 지닌 엘프는 자연과 공존하며 조종하기도 하죠. 강물을 조종해 홍수를 일으키고 폭풍을 부르며, 불길로 사방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착하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을 해치거나 하지 않죠. 인간을 업신여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친구로서 모험을 돕고 세상을 구합니다.

강력한 힘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요정족, 엘프 이야기는 북유럽 신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알브’(또는 알프)라는 종족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판타지의 엘프가 등장한 것이죠. 하지만 엘프가 모두 아름답고 착한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스바르트알브’(검은 엘프)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영화 ‘토르: 다크 월드’에서 적으로 나왔던 검은 엘프들은 빛의 엘프와 달리 땅 속에서 살고 있으며, 외모가 추하고 피부는 석탄보다 까맣다고 해요. 게다가 마음속은 그보다 어둡고 사악하죠.

신화나 전설 속 엘프들은 도깨비처럼 장난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따금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들거나, 아이를 납치하고 대신에 나무를 아이 모양으로 바꾸어 놔둔다고 하죠.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악몽을 꾸게 한다는 엘프도 있습니다. 영국 전설에서 엘프들은 안개 속에서 춤을 추는데, 그들이 춤추고 난 자리에는 풀이 짓밟혀서 기묘한 원이 남는다고 해요. 이를 ‘요정의 원’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엔 ‘미스터리 서클’이라며 비행접시가 남긴 흔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덴마크엔 또 다른 엘프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 엘프들은 초록색 옷을 입고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데, 연말이면 몰래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준다고 해요. 훗날 그 이야기가 다른 전설과 합쳐져서 빨간 옷에, 빨간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가 탄생하죠. 이 전설을 바탕으로 ‘엘프’라는 영화도 나왔는데, 초록색 고깔모자를 쓴 아저씨 엘프가 활약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는 다채로운 엘프의 신화와 전설이 존재합니다. 어떤 때는 신에 가까운 존재로, 어떤 때는 악마로, 그리고 어떤 때는 장난꾸러기로... 그야말로 나라만큼 많은 엘프이야기가 존재하는 거죠. 수많은 판타지에서도 엘프는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왜 엘프는 이렇게 인기인 걸까요? 인간과 닮았지만, 뭔가 다른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끌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영원하거나 매우 긴 수명을 가진 판타지의 엘프는 사람들이 꿈꾸는 동경의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판타지 속 엘프만큼은 아닐지라도 전설이나 신화 속 엘프는 모두 인간보다 오래 산다고 이야기하죠. 영원한 수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엘프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신화나 전설, 판타지···. 작품과 모습은 달라도 엘프들은 어째서인지 인간을 동경하고, 때로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거죠. 특히 판타지에선 영원한 수명을 버리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 하는 엘프를 종종 보게 됩니다. 왜 그들은 짧더라도 인간처럼 살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그것은 영원한 수명이라는 게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산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싶은 게임도, 보고 싶은 책도, 직업이건 뭐건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관두고 반복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재미있을까요?

영원한 시간 속에서는 무엇이든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하건 내일 하건 상관없으니까요. 방학이 되기 전엔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정작 방학 땐 ‘내일 해도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죠.우리가 그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영원한 수명을 부러워하듯, 그들 역시 우리의 짧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삶과, 개성적인 외모를 부러워할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마음··· 그리고 서로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판타지에서 엘프가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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