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안 있는데 … 러시아는 왜 일방적 휴전안 내놨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리아 동구타 지역에 정부군이 공습을 가해 다친 아이들. [EPA=연합뉴스]

시리아 동구타 지역에 정부군이 공습을 가해 다친 아이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의 일방적인 휴전안을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결의안과 다른 내용으로, 외신들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런 휴전안을 내놨다고 분석하고 있다. 만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하며 사실상 승전국이 된 러시아가, 이곳에서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안보리는 시리아 전역에서 30일간 휴전을 하기로 결의했었다.

전쟁의 승기를 잡고 있는 정부군이 반군의 거점인 동구타(Eastern Ghouta)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습해 수많은 민간인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결의안에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휴전 이행 시간과 절차가 적시되지 않아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BBC는 “안보리가 구체적인 휴전 날짜 대신 ‘지체 없이’라는 말로 합의한 것은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었다”며 “이는 러시아에 반군을 공격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전역’이 아닌 ‘동구타’로 휴전 지역을 한정하고, 하루 단위로 5시간씩 휴전을 하자는 새로운 휴전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 [AP=연합뉴스]

푸틴.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은 “모든 진영이 휴전 결의 이행 방안에 대해 합의한 후에야 안보리가 결의한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이날 발표는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드러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의 휴전안이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대사를 불러 안보리 결의 이행방안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지난달에도 자국 휴양 도시 소치에서 이란ㆍ터키 등 다른 중재국들과 함께 ‘시리아국민대화회의’를 열고 내전을 끝내기 위한 평화 회담에 나서는 등 시리아 사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평화 회담의 소득이 없는 것은, 내전 협상에 참여해야 하는 반군 진영이 러시아를 ‘중재국’이 아닌 ‘아사드 정부의 편’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리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셈법이 모두 달라, 사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동구타 지역에는 40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최근 8일 동안만 공습으로 600명 가까이 사망했다. BBC는 “러시아의 휴전안이 효과가 있다면 지옥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동구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겠지만,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