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대통령은 국군 뒤통수권자”…한국당 ‘체제전쟁’ 점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정부가 수용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이 26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홍준표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전날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에 나섰던 한국당은 그가 정부가 마련해 준 샛길을 통해 무사히 빠져나간 소식을 들은 직후 정부와의 ‘체제 전쟁’을 선포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전국의 시도당 당원 수만 명이 모였다.

홍준표 당 대표는 “김영철은 전쟁 기간이 아닌 평화 시기에 우리를 공격했기 때문에, 전범도 아니고 그냥 살인범”이라며 “국군 통수권자가 살인범을 불러놓고 서로 짝짜꿍하는 나라가 돼버렸다. 청와대 주사파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SNS에는 문 대통령이 국군의 뒤통수를 친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불린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소속의원과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소속의원과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천안함 유족의 눈물과 국민의 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영철을 최고 국빈으로 대우하며 지극정성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과연 이게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대통령인지,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김정은의 친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젊은 병사들을 수장시킨 그 원흉을 평창동계올림픽 피날레를 장식하게 했다는 것을 국민이 용서해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권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방한을 계기로 한국당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당내 결집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잠행하던 김무성 의원은 23일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이날 김 의원은 “우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 우리 한국당이 공산주의ㆍ사회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며 보수 진영 결집을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우던 김태흠 최고위원과 중진 의원(이주영ㆍ나경원 의원 등)들도 문 정부 규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김 최고위원이 통일대교에서 발언했을 때 홍준표 대표는 그를 쳐다보며 “잘했어”라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를 계기로 정부ㆍ여당과 ‘강 대 강’으로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선거가 3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당과 1:1 구도를 굳히겠다는 복안이 깔렸다는 얘기다. 이날 집회에서 한국당은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을 넘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관계자는 “북한에 희생된 순국선열들의 울분이 해소되고 완전한 북핵 폐기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는 강경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안보정당’이라는 자각심을 갖고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문제 등 안보 문제에 강한 입장을 보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