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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시지 가져온 이방카, 대통령 직접 맞아 '정상급 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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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는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등이 참석한 만찬 메뉴를 공개했다. 메인 요리는 된장 소스로 맛을 낸 제주도산 금태 구이와 양념 갈비(큰 사진), 비빔밥과 콩나물국이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등이 참석한 만찬 메뉴를 공개했다. 메인 요리는 된장 소스로 맛을 낸 제주도산 금태 구이와 양념 갈비(큰 사진), 비빔밥과 콩나물국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정상급 예우로 대접했다. 이날 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 먼저 도착해 이방카를 맞았다. 당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영접할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만찬이 열리는 청와대 내 상춘재까지 150여m를 이방카와 함께 걸으며 전날 내렸던 눈을 알린 뒤 “한국에는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용기 대신 대한항공 이용 #“환대에 감사 … 좋은 일정 기대” #문 대통령과 화합의 비빔밥 만찬 #공항서 이동 땐 GM 쉐보레 탑승

상춘재 입구에선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 여사는 이방카에게 “오신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기다려졌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여사도 이방카도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어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앞서 이방카는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이보리색 목 폴라 롱스커트와 체크무늬 코트 차림이었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할 때마다 평창올림픽 경기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티켓 판매가 잘되고 있는지 물으시면서 올림픽 성공을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하셨다”며 “미국의 관심과 협력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만든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에 이방카는 “청와대에서 환영해주시고 초대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대단히 영광스럽다”고 했다. 이방카는 “며칠 간의 좋은 일정의 시작이라 아주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만찬의 참석 인사로 봐도 이방카는 국빈이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총출동했다. 이방카가 들고 온 방한 보따리는 만찬에 앞서 진행된 비공개 접견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 35분간 배석자 없이 진행된 단독 회동 형태의 접견에서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이날 오후 4시쯤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대신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와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방카는 환한 미소로 짧은 소감을 밝혔다. “미국팀을 응원하고, 한국인들과 굳건하고 지속적인 공약(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기 위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방카의 입국 때부터 정상급 영접을 했다. 공항에는 차관보급인 이욱헌 외교부 의전장과 조구래 북미국장이 나갔다. 외교부 의전 기준에 따르면 의전장은 외국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인 총리의 ‘공식 방문(official visit)’ 때 영접을 맡는다. 지난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방한 때는 의전장보다 두 단계 아래인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이 영접을 나갔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방카를 국무장관 이상으로 대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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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유대교인 이방카를 염두에 두고 식단도 세심하게 짰다. 만찬에 전통 유대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맞춰 준비한 한식을 내놨다. ‘코셔’는 엄격한 유대교 율법에 따르는 음식이다. 이방카는 2009년 유대교인 재러드 쿠슈너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만찬 메뉴에는 갑각류·회 등이 빠졌다. 청와대는 비빔밥과 한·미 양국의 포도주도 내놨다. 청와대 인사는 “비빔밥은 화합을 상징하고, 한·미 양국 포도주도 양국 간 우애와 화합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만찬장에선 국빈에게 제공하는 청와대 문화공연행사(하우스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이방카가 이끄는 대표단엔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이 포함됐다. 리시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지난 18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코피 작전(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은 없다. 대북 공격이 시작되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전면전을 경고했다. 이방카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량을 이용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방카의 탑승 차량이 관심을 끌었다. GM 쉐보레의 ‘서버번’ 모델이었다.

강태화·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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