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벤처와 중기] 스마트팩토리가 의류 강국 부활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 신화빌딩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시험장이 될 호전실업 인도네시아 공장의 상황을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최정동 기자]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 신화빌딩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시험장이 될 호전실업 인도네시아 공장의 상황을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최정동 기자]

“의류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총동원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있고, 그 핵심은 의류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스마트팩토리를 선점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전 세계 의류 시장을 다시 주름잡아야 합니다.”

첨단 ICT 접목 ‘의류 스마트팩토리’ #추진하는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 #서울대와 산학협력연구 MOU 체결 #옷 주문하면 신속히 생산 배송

70대 중반의 상장회사 회장이 일반인에게는 개념도 생소한 ‘의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용철(75) 호전실업 회장은 지난해 서울대학교와 ‘산학협력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은 호전실업의 의류 제작공정에 ICT를 접목해 스마트팩토리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박 회장은 서울대를 직접 찾아가 자신의 스마트팩토리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그 결과 10명의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진이 꾸려졌다. 박 회장은 “서울대가 중견기업과는 처음으로 하는 산학협동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전에 박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부처를 찾아다니며 스마트팩토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구상하는 의류 스마트팩토리는 이런 식이다. 아파트형 공장과 같은 건물에서 한 층은 디자이너가 중심이 된 회사가 디자인만 하고, 층마다 제품 설계도(패턴) 만드는 회사, 재단하는 회사, 원부자재 공급하는 회사 등으로 나뉘어 첨단 설비를 이용해 신속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요즘에는 의류 소비 방식이 바뀌어서 남들이 많이 입는 옷은 사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의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주문하면 그것에 맞게 디자인회사, 설계회사, 재단회사, 원부자재 공급 회사 등이 협업해 바로 제작해 바로 배송하는 게 의류 스마트팩토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 수년 전 400명이 하던 재단 작업을 지금은 20명이 할 정도로 자동화 시스템이 많이 발달해 적은 인력으로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가 완성되면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품 생산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놓고 있다. 이 데이터들을 빅데이터로 활용해 인공지능을 통한 실수 없는 제조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국내에 의류 스마트팩토리 환경이 구축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의류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며 “그들의 거래처와 ‘메이드 인 코리아’란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류 시장을 우리나라가 다시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이 의류 제작 및 배송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른 나라들도 의류 스마트팩토리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85년 박 회장이 창업한 호전실업은 스포츠 유니폼과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작해 공급한다. 특히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에 공급하는 고급 스포츠 유니폼 분야에선 전 세계 1위다.

박 회장은 “유니폼 제작의 경우 한 팀이 필요로 하는 수량이 30~40벌에 불과한 데다 사이즈도 다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노하우가 없으면 하기 힘든 분야”라며 “만약 팀원이 새로 들어와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제작해 이틀 만에 미국으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호전실업은 미국 물류 업체 페덱스의 배송 직원 유니폼도 납품하고 있는데, 필요한 유니폼의 80%를 미리 만들어 놓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년에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5만명이라면 4만벌은 비수기 때 만들어놓고 신입사원이 채용되면 사원들의 정확한 사이즈 데이터를 받아 추가 제작을 통해 사이즈별 필요 수량을 맞추는 방식이다.

박 회장은 이런 시스템을 적용해 2016년 ‘쎈텐’이란 브랜드로 국내 교복 시장에도 진출했다. 교복 역시 60%가량을 미리 만들어놓고 2월에 학교가 배정되면 입학 전까지 나머지 물량을 제작한다.

박 회장은 “중국은 학생들이 교복 대신 운동복을 입고 다녔는데 최근에 정식 교복을 입기 시작해 시장이 더 커질 전망”이라며 “앞으로 중국 교복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전실업은 어떤 회사

● 설립일: 1985년 3월 18일
● 대표이사: 박용철, 박진호
● 주요 사업: 스포츠 유니폼 및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 제조, 수출
● 주요 고객: 노스페이스,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
● 직원 수: 한국인 240명, 인도네시아인 1만6000명
● KOSPI 상장일: 2017년 2월 2일
● 2016년 실적: 매출액 3170억원, 영업이익 280억원

박용철 회장 약력

-1943년생
-대전고, 동국대 식품공학과 졸업
-1973년 국향산업 공장장
-1976년 대용상사 근무
-1985년 호전실업 창업

1억 500만 원

● 벤처기업협회가 실시한 ‘2017 ICT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정보통신기술(ICT) 창업 시 평균 자금 조달 규모. 창업기업 전체의 평균 창업 소요자금(3억320만원)의 약 3분의 1이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