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데이터ㆍ속도 무제한 요금제 출시...가격 파괴 경쟁 다시 불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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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 제한을 없앤 8만원대 요금제를 22일 출시했다.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 제한을 없앤 8만원대 요금제를 22일 출시했다.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속도 제한 없이 LTE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22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발 무제한 요금제가 데이터 가격 파괴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LG유플러스가 이날 출시한 요금제 명칭은 '속도ㆍ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다. 월 8만8000원으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나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LTE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테더링과 데이터 주고받기는 월 40기가바이트(GB)로 제한했다. 국내 이동 통신사가 LTE망을 이용하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새라 LG유플러스 상무는 “매월 40GB씩이던 데이터 한도를 없앴다”며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금제 명칭도 쉽게 풀어 붙였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핵심은 다운로드 속도 제한을 없앤 것에 있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전부 소진할 경우 다운로드 속도를 3∼5Mbps로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도심 지역의 경우 LTE망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가 넘는다. 1Mbps는 1초당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속도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프리미엄 고객 모집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11만 원대 프리미엄 요금제를 없애고 8만 원대 요금제로 프리미엄 요금제를 통합했다. 프리미엄 요금제 할인 후 3달 만에 데이터 무제한 선언을 한 것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 확보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현재 SK텔레콤 프리미엄 요금제 T 시그니처 마스터는 기본 데이터로 35기가바이트(GB)를 제공한다. 이를 초과하면 일 2GB를 추가로 제공하는데 데이터 사용량이 이를 넘어서면 3Mbps로 속도를 제한한다. KT 프리미엄 요금제 데이터선택 109는 기본 데이터 30GB를 제공한다. 이를 초과하면 일 2GB를 추가로 제공한 후 5Mbps로 속도를 제한한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프리미엄 고객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 고객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7.5GB였으며, 올해는 8GB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실제로 지난 3분기 약정 기준 8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2.7%에서 4분기에는 10% 정도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간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의 최대 걸림돌은 품질 유지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은 LG유플러스는 LTE 망 운영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대역폭은 SK텔레콤의 70%지만 가입자가 절반 수준으로 (무제한 데이터) 트래픽 수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LTE 서비스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2208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KT 1402만명(28.3%), LG유플러스 1146만명(23.1%) 순이다.

SK텔레콤과 KT는 이날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 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체 고객의 혜택을 골고루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고객 혜택을 다각적으로 넓혀 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풀 경우 망 전체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일부 데이터 포식자들이 요금제를 악용할 경우 트래픽이 폭증해 LTE망 전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LG유플러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프리미엄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 관리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함에 따라 이동 통신 시장은 데이터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이동 통신 가입자들의 음성 통화량은 매월 평균 200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데이터 사용량은 꾸준한 증가세다. <표 참조> 정태경 서울여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는 “사물인터넷와 5G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이동 통신 데이터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통신 시장의 데이터 쏠림 현상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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