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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서 발견된 79마리 강아지 사체…"최소 몇 달 방치된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제보를 받고 찾아간 충남 천안시의 한 펫숍 2층 내부는 참혹했다. 15평이 채 되지 않은 작은 공간에 개 79마리가 죽어 있었다. 죽은 개들 사이에서는 80여 마리의 개들이 오물에 노출된 채 방치돼 있었다.

당시 상황을 생생히 목격한 동물보호단체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양견의 보호와 입양을 명목으로 돈을 받고도 개들을 방치해 죽게 한 펫숍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가 13일 천안시의 한 펫숍 2층에서 발견한 개들의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가 13일 천안시의 한 펫숍 2층에서 발견한 개들의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가 13일 천안시의 한 펫숍 2층에서 발견한 개들의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가 13일 천안시의 한 펫숍 2층에서 발견한 개들의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펫숍은 사람들이 사육을 포기한 반려견을 보호하고 입양처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사육포기자에게는 '보호비'를, 입양자에게는 '책임비'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맡겨진 개들은 사료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됐다.

펫숍 내부 직원의 제보로 활동가들이 펫숍을 찾았을 때 개의 사체는 케이지나 바닥, 쓰레기 봉투 등에서 발견됐다. 일부는 늑골·두개골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몇몇 개들은 파양 당시 담겨있던 상자 안에서 죽어 있었다.

현장에 나갔던 박성령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개들이 정말 '그대로' 죽어있었다. 어떤 개는 음식물에 코를 박고 냄새 맡는 자세 그대로 죽어 있기도 했다"며 "정확한 기간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살아있던 80여마리는 오물과 부패한 시체로 가득 찬 공간에 비좁게 들어차 있었다. 일부는 각종 파보바이러스, 홍역 등으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천안 펫샵 79마리 애견이 방치된 치사 사건을 고발하며 '반려동물관련산업법 제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천안 펫샵 79마리 애견이 방치된 치사 사건을 고발하며 '반려동물관련산업법 제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펫샵은 이전에도 판매된 동물들의 건강상태, 악취 등으로 민원이 빗발치던 곳이었다. 그러나 현장 방문한 공무원도 1층만 방문한 채 주의만 주고 떠났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동물보호연대는 "비양심적인 업주 개인의 범죄행위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동물보호법의 부실한 동물 판매 관련영업 규정,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등이 빚은 대참사"라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반려동물 관련 영업 규정 강화, 전반적인 실태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령 간사는 "처음 동영상으로 제보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12~13마리의 사체를 예상하고 갔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사체가 있어서 너무 놀랐다. 반려동물 천만 인구 시대인데 반려동물을 쉽게 살 수 있고, 쉽게 버릴 수도 있고, 쉽게 판매할 수도 있다. 모든 게 너무 쉽다"고 말했다.

단체는 나아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반려동물산업육성법' 제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동물보호연대 조희경 대표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현장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참혹한 곳은 처음이었다"며 "기존 동물 생산업, 판매업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현실에서 '반려동물 산업 육성'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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