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雪上) 사상 첫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들을 돕기 위해 ‘엄마손’이 나섰다. 정성 가득 담은 집밥으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단 중 앞서 경기를 마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과 오는 24일 경기를 앞둔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들은 선수촌에 입주하지 않았다. 두 종목을 포함해 총 아홉 종목에서 18개의 금메달 주인공을 가릴 올림픽 경기장,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스노우파크 내 콘도에 방을 얻어 머물고 있다.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편도 한 시간 남짓한 이동 시간을 없애 선수들이 체력적ㆍ정신적으로 더욱 집중하도록 돕기 위한 결정이다.
대한스키협회는 내 집처럼 편안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엄마손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마스터 키친’의 최은영(44) 대표 셰프를 초청해 선수단 숙소 인근에 별도의 식사 공간을 마련했다. 올림픽 기간 내내 매 끼니 선수들에게 직접 요리한 ‘엄마표 집밥’을 먹이고 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인 만큼, 재료 선택에도 신중을 기한다. 필요할 때마다 롯데백화점 신선식품부에서 실시간으로 공수하거나 강원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다.
20일 휘닉스 스노우파크 내 선수단 식당에서 만난 최 셰프는 “음식은 선수들의 취향과 입맛을 최대한 수용하되,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영양소를 감안해 구성한다”면서 “모든 메뉴는 원재료부터 조리 방법까지 두 감독님(이상헌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ㆍ토비 도슨 모굴 대표팀 감독)께 꼼꼼히 확인을 거쳤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모굴 결선에 참가한 최재우(24·한국체대)를 위해 최 셰프는 11일 저녁 랍스터 구이를 해줬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최재우가 먹고 힘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경기 당일인 12일 아침식사는 가볍지만 든든한 전복죽을 냈다. 스노보드 대표팀 또한 마찬가지다. 이상호(23·한국체대)를 비롯해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파악한 뒤 꼭 필요한 영양소와 최적의 조리 방법을 선택해 제공할 예정이다.
“처음 (엄마손 프로젝트를) 제의 받았을 땐 운영 중인 회사를 한 달 가까이 비워야 하는 데다, 설 연휴까지 통째로 반납해야해 고민이 많았다”는 최 셰프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이모님 밥이 최고’라 적어 슬며시 쥐어주는 쪽지 한 장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은 군복무 중인 큰 아들과 비슷한 또래다. 내 자식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매 끼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사 뿐만 아니라 컨디션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도 있다. 스키협회는 휘닉스 호텔 2층에 우리 선수들을 위한 전용 트레이닝 및 마사지룸을 만들었다. 자동 안마 의자 3대와 사이클 3대, 마사지 베드 1개와 폼 롤러 5개, 매트 5개를 갖춰놓았다. 이곳에는 한의사 장세인 원장과 국가대표팀을 전담하는 이종석 재활 트레이너가 상주한다. 선수들의 기호에 따라 양방 또는 한방으로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체력적ㆍ기술적 완성도 못지 않게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면서 “따뜻한 집밥을 제공하는 '엄마손'과 재활 치료를 담당하는 '약손'이 함께 불러올 긍정의 마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