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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버려진 군사시설 33㏊ 복원은 큰 성과"

중앙일보

입력

신음하는 한반도 산줄기 ➃백두대간과 정맥,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백두대간의 가을 단풍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백두대간의 가을 단풍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산림 복원이 전 백두대간 대관령에 있던 낡은 군 지하벙커 시설.[중앙포토]

산림 복원이 전 백두대간 대관령에 있던 낡은 군 지하벙커 시설.[중앙포토]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백두대간 남쪽 구간 마루금(주 능선) 701㎞ 주변에서 확인된 훼손 지역은 모두 270곳에 이른다.
또 한북정맥부터 호남정맥까지 남한의 9개 정맥 마루금 2085㎞의 주변에서 1600여 곳의 훼손지가 발견되고 있다.
훼손 원인은 관통 도로와 터널, 휴게소, 고랭지 채소밭, 공원묘지, 광산, 채석장, 풍력발전단지, 골프장, 군사시설, 송전탑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훼손되고 상처를 입은 백두대간과 정맥을 치유하고 복원해서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일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등장했다.

산림·생태전문가들은 "백두대간과 정맥에서 나타나는 침엽수림 감소 등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한반도 생태계의 변화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인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들은 "한반도 생태 축인 백두대간과 정맥을 보호해야 하지만 보호구역 지정 등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보호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 싣는 순서>
➀백두대간 (향로봉~지리산 천왕봉 701㎞)
➁정맥(상) -한북·한남·낙동·낙남정맥
➂정맥(하) -한남금북·금북·금남·금남 호남·호남정맥

➃백두대간과 정맥,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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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전체 지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백두대간 전체 지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백두대간 보호법이 만들어진 2003년 당시 산림청 조사에서 백두대간 마루금 좌우 2㎞를 기준으로 모두 400㏊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400㏊는 축구장 56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백두대간 보호법 시행 이후 새롭게 훼손되는 사례는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이 2010년 이후 두 개나 새로 뚫렸다.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을 연결하는 국도 37호선의 빼재터널(길이 5.4㎞)이 2013년 10월에 뚫렸다.
또 지난해 6월 말 서울양양고속도로에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을 잇는 길이 약 10.96㎞의 인제양양터널이 개통됐다.
이로써 평균 7.8㎞마다 1개소씩 도로가 백두대간을 관통한다.
백두대간과는 달리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한북정맥 등 9개 정맥에는 임도(林道)를 포함해 모두 768개 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평균 2.63㎞ 간격으로 도로가 지나간다.

백두대간 등산로에는 산악회 회원들이 걸어놓은 리본이 때로는 지나치게 많아 &#39;리본 공해&#39;을 낳기도 한다. 사진은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의 모습. 강찬수 기자

백두대간 등산로에는 산악회 회원들이 걸어놓은 리본이 때로는 지나치게 많아 &#39;리본 공해&#39;을 낳기도 한다. 사진은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의 모습. 강찬수 기자

등산객으로 인한 훼손도 빼놓을 수 없다. 백두대간과 정맥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등산로는 산악회 등에서 나무에 길 안내 리본을 묶으면서 생기는 ‘리본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등산로 침식도 심각한 문제다. 2015년 한국임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백두대간 등산로 중에서 334개 지점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등산로 주변 나무의 뿌리가 노출되거나 노폭이 확대되고, 암석이 노출돼 안전사고 발생 위험까지 생기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등산로 노폭이 넓은 곳은 강원도 구룡령~남덕유 구간에 걸쳐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금남정맥 배티재-무수재 구간의 대둔산 등산로. 등산객 발길에 등산로 폭이 넓어졌고, 나무 뿌리와 바위가 드러나 있다. [사진 백두대간숲연구소 최윤호 연구실장]

금남정맥 배티재-무수재 구간의 대둔산 등산로. 등산객 발길에 등산로 폭이 넓어졌고, 나무 뿌리와 바위가 드러나 있다. [사진 백두대간숲연구소 최윤호 연구실장]

등산로 훼손이 심한 구간은 강원도 영월군 깃대배기봉에서 충북 괴산군 청화산에 이르는 80.9㎞ 구간이다. 등산로 침식 깊이가 평균 14㎝, 등산로 폭은 평균 1.14m, 뿌리가 노출된 비율도 20% 이상으로 조사됐다. 이 구간은 등산객이 많고 경사도가 급하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해외에서도 핵심 생태계 보호구역에 등산객을 무방비로 출입시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산행 예약제를 통해 이용객 숫자를 제한하거나, 가이드를 동행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늘에서 본 백두대간>  

강원도 고성 진부령~ 인제 대간령 구간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 구간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강원도 평창군 진고개~강릉시 연국면 소금강 구간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삽당령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강원도 동해시 원방재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충북 단양군 소백산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경북 김천시 부항면 삼도봉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전북 무주군 덕유산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경남 산청군 지리산 [사진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2025년까지 백두대간 훼손지 20% 복원

산림청은 2025년까지 백두대간 훼손지의 20%를 다시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백두대간 마루금 주변의 버려진 벙커와 막사 등 군부대 시설을 철거하고 숲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관령 백두대간 능선산림 복원을 위해 바람막이용 울타리를 설치한 모습이다. 2009년에 촬영한 사진. [중앙포토]

대관령 백두대간 능선산림 복원을 위해 바람막이용 울타리를 설치한 모습이다. 2009년에 촬영한 사진. [중앙포토]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의 마산봉, 강원도 인제군 구룡령 덕봉,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경북 김천시 바람재 등에서 복원사업이 2006~2011년 진행돼 모두 33㏊의 숲이 복원됐다.
복원이 어려운 해발 900m 이상의 훼손지에 나무를 심고 가꿔 복원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백두대간 훼손 유형별로 복원 모델이 정립될 것이고. 성공한 복원 모델은 북한의 백두대간과 정맥을 복원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백두대간 생태계 복원은 장래에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산림청은 대관령 삼양목장 주변도 지난해 5㏊를 복원한 데 이어 복원 면적을 넓힐 계획이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잦은 구제역 발생으로 최근 삼양목장에서 키우는 소가 크게 줄었다"며 "20㎢에 이르는 면적을 초지로 두기보다는 이제 정부가 돌려받아 과거 울창했던 산림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버려진 도로를 산림으로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시령 터널이 생기면서 용도가 사라진 강원도 고성의 미시령 옛길을 숲으로 복원하면 설악산에서 진부령까지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초지. [사진 하국산림생태연구소 조현제 소장]

대관령 삼양목장의 초지. [사진 하국산림생태연구소 조현제 소장]

동양대 신준환 초빙교수(전 국립수목원장)는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선(마루금)으로 좁게 볼 것이 아니라 큰 산계(山系)로 넓게 보고, 마루금보다 더 넓은 영역을 복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보호 방안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9개 정맥 마루금 주변도 핵심보호구역이나 완충구역으로 지정해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루금 양쪽 300m까지는 핵심구역으로, 마루금 양쪽 300~1000m까지는 완충구역으로 지정한다면, 핵심구역 15만㏊와 완충구역 26만㏊ 등 모두 41만ha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원도 강릉시 고루포기산의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단지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강원도 강릉시 고루포기산의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단지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반면 일부에서는 일방적인 보호지역 지정보다는 폐광이나 버려진 농경지 등 백두대간과 정맥 주변의 산림을 훼손한 사유지를 매입하고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진오 박사는 “백두대간은 보존 중심으로, 정맥은 보전(保全)을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은 철저하게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키는 쪽으로 가야하고, 정맥은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계 내에서 일부 이용이나 활용을 병행토록 허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환경부에서는 정맥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 대해 2010년부터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환경영향평가 때 활용하고 있다"며 "대규모 개발 사업은 까다롭게 하더라도 정맥 주변의 소규모 개발사업은 주민 재산권 차원에서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에서 찍은 강원도 평창 일대의 고랭지 채소밭의 모습. 능선을 따라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 [중앙포토]

위성에서 찍은 강원도 평창 일대의 고랭지 채소밭의 모습. 능선을 따라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 [중앙포토]

또 정맥의 경우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보호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지키는 것이 소득 증진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다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백두대간 보호에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자연휴양림 확대도 필요한데, 백두대간이나 각 정맥의 특성이 반영된 테마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리산고들빼기. 지리산에서 발견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사진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지리산고들빼기. 지리산에서 발견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사진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방치보다는 체계적인 관리를

백두대간과 정맥의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위적인 훼손을 막느라고 숲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현제 한국산림생태연구소장 등은 “산림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벌목이 진행되면 안 되겠지만, 일정 수준의 숲 가꾸기는 필요하다”며 “간벌 후 나오는 목재도 정리를 잘 해야 산불이나 산사태 예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숲을 가꾸기 위한 임도도 필요하지만 자칫 폭우 때 산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임도의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병충해 방제, 특히 백두대간과 정맥에 있는 침엽수림 보호를 위해 소나무재선충를 예방하기 위한 예찰과 방제에 대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산불 대응 시스템도 강화해야 하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고랭지 채소밭도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매입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토사 유실 방지 대책과 함께 친환경 유기농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주솜대. 백두대간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사진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자주솜대. 백두대간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사진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지속적인 생태계 조사가 필수

백두대간과 정맥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연자원과 훼손 실태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조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백두대간 실태 조사는 2006년부터 시작됐다. 백두대간 701㎞를 5개 권역으로 나눠 1년에 1개 권역씩 동식물상과 백두대간 마루금의 이용 실태, 토지 이용 상황, 훼손지 현황조사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조사인력과 예산으로 1년에 100~150㎞를 조사하기 때문에 정밀조사는 일부 구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마루금 주변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능선 아래쪽이나 계곡 부분에 대한 생태조사로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자연자원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인문·사회·문화·역사 자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원대 박완근 산림학부 교수 등은 "정맥의 경우 5년에 한 번이라도 조사하려면 1년에 400~500㎞씩 듬성듬성 조사할 수밖에 없다"며 "조사 예산과 연구 인력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두대간과 정맥의 관리 업무가 환경부와 산림청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진 만큼 부처간 협력도 중요하다.

현재 백두대간 등 산림의 관리는 산림청 소관이지만, 백두대간이나 정맥에 위치한 국립공원은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산림과 사회·문화 자원 위주로,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의 분포나 보호대책 위주로 조사를 하는 등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지대 관공학부 조우 교수는 "산림청이 백두대간 관리 업무를 맡고는 있지만 담당 인원 자체가 적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처럼 실제 현장에서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도 없다"며 "전담 인력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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