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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하락, 바이오주·부동산으로 이어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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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19면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지난주 5% 이상 하락하며 2년내 최악의 한 주를 보냈던 뉴욕 증시가 이번주에는 소폭 반등했다. 16일 개장 직후의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뉴스]

지난주 5% 이상 하락하며 2년내 최악의 한 주를 보냈던 뉴욕 증시가 이번주에는 소폭 반등했다. 16일 개장 직후의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금리가 상승하자 투자시장이 얼어붙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일주일 사이에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고, 비트코인은 최고가 대비 70% 넘게 하락한 후에도 바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금리는 항상 투자를 뒷받침해주는 존재였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대량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84개월 저금리로 자산 가격 급등 #금리 오르며 조정은 자연스런 현상 #중앙은행들 유동성 축소도 부담 #금리 상승에 맞춰 포트폴리오 짜야

금리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긍정적인 역할을 하던 부분은 힘이 약해진 반면 문제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표적인 게 적응력인데 오랜 저금리로 금리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적응력이 약해져, 금리가 오를 때마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금리를 끌어올리는 힘은 둘이다. 하나는 경기인데 상황이 나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3.7%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도 각자의 지역에 대해 괜찮은 전망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물가다. 1월 한달 동안 유가가 7.2% 상승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평균 5% 이상 올랐다.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낮은 임금 상승률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1월에 비농업부문 임금 상승률이 2.9%를 기록해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는데, 저물가라는 보호막이 약해지면서 금리가 상승했다.

앞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과거 미국의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 사이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기준 금리를 3~4차례 인상할 때까지는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지만, 그 이상이 되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기준금리를 다섯 번이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금리가 경제 변수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서인데, 그 부분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주가가 너무 높다. 2008년 12월에 연준이 정책금리를 0.25%까지 낮춘 후 84개월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그 전에 기준 금리가 바닥에서 최장기간 머물던 게 17개월에 지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최저금리에 머문 기간이 긴 만큼 주가 상승도 컸다. 기준 금리 0.25%에서 주가가 200%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전같은 상황에서 주가가 20%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의 낮은 금리에 영향을 받았다. 2011년 이후 3년동안 기업이익이 계속 줄었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서 선진국 주식시장이 상승한 덕분이었다. 이번 금리 상승은 이런 과거 흐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2년만에 국채매입 줄여

금리가 주식시장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도 부담이 된다. 금리가 오를 때 주가가 하락하는 게 맞지만 현실에서는 둘이 같이 오르는 경우도 많이 나온다. 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보다 경기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주가 상승이 그런 형태였다. 이 경우 한계점 밑에서는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지만 이 점을 넘는 순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 주식시장이 견딜 수 있는 금리의 한계는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기준으로 2.4~2.5% 부근이었다. 그래서 이 선이 뚫리자 금리가 빠르게 올라갔고, 주가는 하락했다.

마지막은 금융완화 정책 약화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 계기가 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우리는 두차례, 미국은 세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거란 전망이 다수였다. 이제는 미국이 최대 네번까지 금리를 인상할거라고 예상하는 기관이 나오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유동성 회수도 부담이 되고 있다. 1월에 일본은행이 2000억엔이었던 월간 국채 매입규모를 1900억엔으로 줄였다. 2016년 이후 처음 유동성 공급 규모를 축소한 건데 금리 상승 요인이다.

금리가 다시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워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연준이 기존에 세웠던 금리 인상 계획을 조정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설혹 금리 인상 계획이 조정되더라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저금리 국면이 사실상 끝나 정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다른 자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말에 유동성이 마지막으로 모이면서 상승한 자산이 암호화폐와 코스닥 바이오주식, 그리고 강남 부동산이다. 암호화폐가 제일 먼저 무너졌다. 가치를 평가할 근거가 없어 버티는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바이오고, 강남 아파트가 마지막 주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5년에 강남 아파트의 상승이 시작된 계기는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의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었다. 금리 상승은 이를 거꾸로 돌리는 역할을 할텐데,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새로운 투자자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최근 금리 상승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그런 만큼 금리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 중간에 쉬어가는 건 있어도, 금리가 다시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투자 계획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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