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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홍합에서 흑진주를?…'참담치'로 하는 특별한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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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987년 3월 홍합 관련 뉴스가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제주도민이 시장에서 산 홍합에서 진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 감정 결과 최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름 1.5㎝의 자연산 흑진주였다. 이후에도 홍합을 먹다가 진주가 나왔다는 소식들이 잊을 만 하면 이어졌다.

해양수산과학원, 토종홍합과 패각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 #2년 뒤 흑진주 기대 …수입 의존 흑진주 생산통해 소득늘려

31년 후인 지난 7일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위치한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이하 해양수산과학원). 박충국(40) 연구사가 시험장 안에 놓인 파란색 수조 속에 든 토종 홍합 ‘참담치’들을 정성스럽게 살펴봤다. 박 연구사는 “2년 뒤에는 이들 참담치에서 신비로운 흑진주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짬뽕이나 파스타에 들어가는 식재료로만 인식되던 홍합을 이용한 이색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토종 홍합인 참담치와 껍데기, 즉 패각을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다. 과거 국내에서 몇 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양수산과학원이 이번 연구에 돌입한 시기는 지난해 6월이다. 진주층이 잘 발달한 참담치 패각 안쪽 부위로 흑진주 생산이 가능해 보이지만 관련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 흑진주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임창용 연구사가 흑진주 형성을 위해 키우고 있는 참담치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임창용 연구사가 흑진주 형성을 위해 키우고 있는 참담치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해양수산과학원 측은 우선 건강한 참담치 150마리를 엄선했다. 이후 물과 먹이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 5개월간 세심한 관리에 들어갔다. 진주 생산에 적합한 생리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후 지난해 12월 생식 세포를 형성하는 생식소가 건강한 상태의 90마리를 골라냈다. 이들 참담치에는 진주 생산을 위한 기본 재료인 지름 7㎜ 크기의 하얀 핵을 삽입했다. 대왕조개의 껍데기를 가공해 만든 것이다.

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홍합인 ‘참담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은 식재료로 흔히 쓰이는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은 참담치 양식과 참담치를 이용한 흑진주 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핵 위에는 또 다른 참담치의 껍질에서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낸 외투막 절편을 올렸다. 핵의 표면을 덮어 진주층을 형성하기 위한 재료다. 임창용 연구사(37)는 “참담치가 핵을 이물질로 인식해 뿜어내는 분비물이 점차 쌓이고 쌓여 2년 뒤에는 지름 1㎝ 안팎의 흑진주가 될 것”이라며 “차츰 이 기간을 줄여나가 생산성을 높여 흑진주를 대중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년이 넘는 장기 연구 대상인 참담치는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전체 90마리 중 여수 거문도 해역에서 자연 상태로 커가는 30마리를 제외하고 60마리는 수조 생활을 한다. 연구사들은 이들 참담치에게 먹이기 위한 케토세로스 등 미세조류를 직접 배양하고 수조에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한다. 수온은 10도 안팎으로 유지한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윤지혜 연구사가 참담치의 먹이로 쓰려고 배양 중인 미세조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윤지혜 연구사가 참담치의 먹이로 쓰려고 배양 중인 미세조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번 연구는 고가인 데다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드는 참담치 양식 기술 개발 등 산업화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09년 470t이던 국내 참담치 생산량은 2016년 138t으로 크게 줄었다.

여수 삼산면이 주산지인 참담치는 현지에서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당 1만원으로 짬뽕에 주로 들어가는 홍합인 지중해담치(㎏당 600원)에 비해 16배 이상 가격이 높아서다. 참담치는 대부분 서울 지역 고급 일식집에 공급된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박충국 연구사가 흑진주 형성을 위해 키우고 있는 참담치들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동부지부 여수지원 박충국 연구사가 흑진주 형성을 위해 키우고 있는 참담치들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박충국 연구사는 “참담치 양식 및 진주 생산 연구가 모두 성공하면 어민들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참담치를 맛보고 진주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수=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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