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산재는 사실혼 벌써 인정, 난임치료비에도 적용될까

중앙일보

입력 2018.02.17 02: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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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7일 사실혼 부부의 난임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난임치료비 건보 적용을 시작했는데, 법적 혼인 부부만을 대상으로 했다. 위원회는 사실혼 부부로 확대하기 위해 '가족 다양성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모든 임신과 출산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저출산위원회 난임 건보 사실혼에도 확대 방침
3대 사회보험 인정하는데 건보는 막 논의 시작

 사실혼은 혼인관계를 다루는 민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판례에서는 법적 혼인 부부와 유사하게 권리를 인정한다. 법무법인 해승 윤경호 파트너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가 파탄 나면 법적 부부처럼 재산 분할, 위자료 등의 권리를 인정한다. 혼인관계와 유사하다. 배우자가 사망하기 전에 간병했다면 기여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다만 법적 부부와 달리 상속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일시적인 단순 동거는 사실혼이 아니다. 사실상의 부부인데도 결혼식을 하지 않거나, 결혼식을 했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를 사실혼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지부 '1년 난임' 요건 확인 어려워 세부 검토

사실혼 부부 난임치료 건보 적용은 보건복지부가 집행한다. 건보 적용 기준을 고쳐야 한다. 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지금은 1년 이상 부부 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안 될 경우 난임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며 "사실혼 관계는 이런 걸 파악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어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리모를 활용할 경우 어떻게 막을지도 관건이다. 윤경호 변호사는 "사실혼에 건보를 적용할 경우 사실혼 부부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할지 등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최안나 난임센터장 "난임센터를 찾는 사람은 저소득층이 많고,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혼 관계인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에서 별도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애를 많이 낳게 해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임신한 게 아니라면 이 시점에서 한가하게 사실혼이냐 법률혼이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공무원연금, 구직수당·산재는 인정

대부분의 법률에서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지만,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에서는 인정한다. 대표적인 사회보험인 건강보험만 그간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연금법 3조 2항(정의)에서 '이 법을 적용할 때 배우자, 남편 또는 아내에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1986년 12월 이 법안을 공포(국민연금은 88년 시행)할 때부터 그랬다. 이혼하면서 연금을 분할(분할연금)하거나 한쪽이 사망하면서 유족연금이 생기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분할연금·유족연금을 받는다.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 등의 특수직역 연금도 마찬가지다.

 고용보험도 구직급여(수당)를 수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사망할 경우 남은 수당을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유족보상연금이 나오는데, 사실혼 배우자가 받을 수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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