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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녀’ 메건 마클이 선택한 이 청바지

중앙일보

입력

영국 해리 왕자의 약혼녀가 최근 세번째 공식업무로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를 방문했다. 검정색 스키니 데님팬츠 차림이었다. 영국 언론들은 “격식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 데님 팬츠에는 메건 마클의 깊은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18일 웨일즈 지방의 카디프를 방문한 해리 왕자(왼쪽)과 메건 마클. 마클이 입고 있는 스키니 블랙데님이 '히우트 데님' 이다. 가격은 20~30만원대다.

지난달 18일 웨일즈 지방의 카디프를 방문한 해리 왕자(왼쪽)과 메건 마클. 마클이 입고 있는 스키니 블랙데님이 '히우트 데님' 이다. 가격은 20~30만원대다.

지난달 18일 웨일즈를 방문한 해리 왕자와 마클은 카디프성에서 열린 웨일즈 전통 축제를 둘러본 뒤 카디프의 커뮤니티센터와 2016년 문을 연 스포츠 오락시설인 '스타 허브' 등을 방문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스트리트 게임’과의 만남도 가졌다.
그런데 이날 특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끈 아이템은 마클이 입은 데님팬츠였다. 마클은 공식석상에서 입는 옷마다 주문이 폭주한다는 일명 ‘완판녀’. 그녀의 뛰어난 패션감각과 함께 웨일즈 지역 브랜드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왕실 예비가족으로서의 면모에 찬사가 쏟아졌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방문을 빠트리지 않고 챙긴 해리와 마클 커플.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방문을 빠트리지 않고 챙긴 해리와 마클 커플.

지역 살린 착한 기업 'Hiut Denim'

마클이 입은 블랙 데님은 웨일즈 지방의 카디건이라는 작은 마을 공장에서 만들어진 바지다. ‘히우드 데님(Hiut Denim)’이라는 브랜드다.
이 공장은 영국을 대표하는 대형 의류브랜드인 ‘막스&스펜서’에 납품할 청바지를 40년 가까이 매주 3만5000벌씩 생산했다. 전체 주민 4000명 가운데 10분의 1에 해당하는 400명이 이곳에서 일했다. 하지만 2002년 막스&스펜서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면서 400명의 종업원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히우트 데님을 런칭한 데이비드(왼쪽)와 클레어 히아트 부부.

히우트 데님을 런칭한 데이비드(왼쪽)와 클레어 히아트 부부.

이때 웨일즈 출신의 기업가 데이비드 히아트와 클레어 히아트 부부가 폐쇄위기에 놓인 공장을 사들여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 브랜드가 바로 ‘히우트 데님’이다.
히아트 부부는 앞선 95년 호위스(Howies)라는 브랜드를 만든 기업인이다. 호위스는 원래 소수의 자전거광들이 입을 티셔츠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시작했는데, 최근엔 영국에서 두 번이나 나이키를 앞지른 대형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보다 튼튼하게 만든 옷’이 이 회사의 이미지다.

웨일즈 카디건 마을에 있는 히우트 데님의 공장 내부.

웨일즈 카디건 마을에 있는 히우트 데님의 공장 내부.

지방 제조업을 살린 좋은 사례로 꼽히는 ‘히우트 데님’ 역시 터키의 오가닉 재료, 해외의 고급 데님 등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제품은 주문생산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치있는 제품을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만든다”는 게 이 공장의 콘셉트다.

히우트 데님의 광고 이미지컷. 카디건 마을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히우트 데님의 광고 이미지컷. 카디건 마을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들은 “메건 마클이 이 바지를 선택한 의도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웨일즈와 카디건 마을 주민들에 대한 경의와 격려였음은 분명했다”고 설명헀다. 마클이 입으면 곧 ‘완판’되고 있는 가운데 ‘히우트 데님’은 마클과 관련한 SNS 홍보를 일체 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이 작은 마을 공장의 다짐”이라고 했다.

해리&메건이 결혼선물 대신 받고 싶다는 그것

한편 오는 5월19일 런던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부부가 되는 해리 왕자와 마클이 결혼식을 앞두고 새로운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혼 축의금 대신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예비부부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해리 왕자는 하객들의 축의금이나 선물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그가 운영하는 자선단체 활동을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결혼식을 올린 윌리엄 왕세손(왼쪽)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 적극적으로 자선활동을 지원하는 두 사람은 동생 부부가 될 해리&마클의 롤모델이다.

2011년 결혼식을 올린 윌리엄 왕세손(왼쪽)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 적극적으로 자선활동을 지원하는 두 사람은 동생 부부가 될 해리&마클의 롤모델이다.

이런 배경에는 형인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영향이 크다.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은 2011년 결혼 당시 ‘Charitable Gift Fund’라는 기금을 설립했다. 이때 모은 기부금이 무려 100만 파운드(약 15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모인 돈은 25개 자선단체에 보내졌다.

당시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의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클래런스하우스는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윌리엄과 미들턴양은 약혼 발표 후 전세계에서 답지한 결혼 축하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축하선물을 보내는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해주시면 더욱 큰 기쁨이겠습니다.”
형 윌리엄 부부에 이어 ‘개념 커플’의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 해리 왕자와 마클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나현 기자 respi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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