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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이상의 관심 받은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프림퐁

중앙일보

입력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평창=김지한 기자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평창=김지한 기자

 15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압도적인 레이스로 1,2차 합계 1위에 오른 윤성빈(24·강원도청)을 향해 함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윤성빈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도 있었다. 2위에 오른 니키타 트레티아코프(OAR)도, 3위를 차지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도 아닌 '최하위' 아콰시 프림퐁(가나)이었다.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프림퐁 #한국 기업 지원으로 힘겹게 평창행 #가족 생각에 참았던 눈물도 흘려

프림퐁은 1·2차 합계 1분48초43으로 30명 중 30위를 차지했다. 윤성빈의 기록(1분40초35)에 비해선 무려 8초08이나 뒤진 성적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은 프림퐁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아름다운 꼴찌'를 향한 해외 언론들의 관심에 프림퐁은 30여분 넘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프림퐁은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 중 최고 화제의 인물로 꼽혔다. 프림퐁은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출전했던 타일러 보타(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다. 무엇보다 올림픽에 온 과정이 눈물겨웠다. 가나에서 태어나 8세 때 네덜란드로 이주한 프림퐁은 육상 선수로 뛰다 부상 때문에 꿈을 접었다. 네덜란드 봅슬레이 선수로 도전했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프림퐁은 한때 미국에서 진공청소기 업체 외판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의 꿈을 버리지 못했고, 2015년 자신이 태어났던 가나 국가대표로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프림퐁 페이스북]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프림퐁 페이스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해 힘겹게 도전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결국 국제연맹의 배려로 올림피언의 꿈을 이뤘다. 평창행을 확정짓고도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프림퐁은 이달 초 한국 기업가가 운영하는 가나의 한 이동통신기업 지원을 통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1,2차 레이스를 마친 뒤 프림퐁은 가족들과 응원나온 팬들의 큰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프림퐁은 "생각보다 트랙이 빨랐다. 아직 배울 게 많다. 내일 경기에선 더 발전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평창 날씨가 아주 좋았다"던 그는 올림픽 공식 경기 첫 출전에 "믿기지가 않는다. 이 순간을 15년동안 기다렸다"는 말로 감격을 표현했다. 그는 "이 트랙을 비롯해 모든 게 감사하다. 특히 한국인들의 지원에 감사하다"면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응원나온 가족에 고마움을 표하는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평창=김지한 기자

응원나온 가족에 고마움을 표하는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평창=김지한 기자

프림퐁의 도전은 이번 평창이 끝이 아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의 경험을 통해 4년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목표도 다졌다. 그는 "나는 아직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더 배워서, 베이징 올림픽 때 다시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미있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꿈을 잃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누구든 꿈을 갖고 도전하라. 반드시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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