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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 열병식 주석단 '별'들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북한 관영언론들의 업데이트가 평소보다 늦어졌다. 평소 오전 6시부터 소식을 전하는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10시30분이 넘어서야 전날 실시한 건군 70주년 기념 열병식 소식과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공연 소식을 올렸다. 또 노동신문은 오전 11시 현재까지도 전날 소식이 그대로다. 정부 당국자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라면 어느 한쪽에서만 늦는 현상이 발생할 텐데, 전체적으로 업데이트가 늦어져 배경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체적으로 오전에 모임이 있는 등 내부 행사로 인해 업무를 늦게 시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던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명수 총참모장(차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김정각 신임 총정치국장[조선중앙TV캡처]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던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명수 총참모장(차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김정각 신임 총정치국장[조선중앙TV캡처]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등에 공개된 8일 열병식 주석단에는 이전과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이 양 옆에 '왕 별'(차수 계급) 두 명을 대동하고 열병식을 지켜본 것이다. 사진상 김정은의 왼쪽에는 이명수 총참모장이, 오른쪽에는 김정각 신임 총정치국장이 서 있었다. 좌 명수, 우 정각(사진상으로는 좌 정각, 우 명수) 셈이다. 이명수 총참모장이 김정은과 공식석상에 함께 나타난 건 지난해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참배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김정각은 2014년 12월 24일 후방일꾼들과의 기념촬영 이후 3년 2개월만이다.
공식석상에 군인 두명, 특히 '왕 별'을 단 두명을 양쪽에 세운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경례를 하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이명수 총참모장, 오른쪽은 박봉주 내각총리.[사진 화보집 조선]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경례를 하고 있다. 김정은 왼쪽은 이명수 총참모장, 오른쪽은 박봉주 내각총리.[사진 화보집 조선]

통일부 당국자는 "기존 열병식 주석단은 당정군 고위관계자들이 섞여 있었다"며 "8일 열병식은 건군 기념행사여서 군인들을 주석단에 세우고, 당이나 내각 관계자는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성 생일 등 국가차원의 행사와 달리 건군절기념이라는 군행사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일성 105회 생일을 기해 진행한 지난해 4월 15일 열병식에는 왼쪽에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이, 오른쪽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섰었다. 그러나 이번에 박봉주 총리를 비롯 최용해 당 부위원장등 권력핵심부이지만 군인이 아닌 사람들은 주석단 왼쪽에 마련된 별도 좌석에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함께 자리했다.

김정각은 지난해말 비리혐의로 해임된 황병서의 후임이라고 국가정보원은 밝혔다. 그는 김정일 장례식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7인방(김정은 제외)중 한명으로 김정은 집권후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이번에 부활했다. 2012년 인민무력부장까지 올랐지만 그해말 김일성군사종합대학총장으로 옮겼다. 사실상 은퇴의 길에서 살아난 것이다. 일각에선 그가 대장으로 강등된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열병식에 이전 계급인 차수를 달고 나타났다.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주석단의 북한군 장성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조선중앙TV 캡처]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주석단의 북한군 장성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조선중앙TV 캡처]

주석단에서는 지난해 8월 29일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이후 모습을 감췄던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은 상장(별 셋) 계급장을 달았다. 정부 당국자는 "공군사령관(현 항공및반항공사령관) 출신의 이병철은 북함 미사일 개발의 실무책임자로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는 모습이 공개된 적이 있다"며 "그의 마지막 계급은 대장이었지만 상장 계급장을 달고 나왔고, 최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벌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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