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씨가 일하는 월드비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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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 중 미 종군기자였던 밥 피얼스 목사와 고(故) 한경직 목사가 전쟁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만든 단체다.

이처럼 작게 시작된 월드비전이 53년간 세계 1백여국에서 1만2천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세계적인 긴급구호 및 개발단체로 성장했다. 연간 총예산은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수혜자는 9천만명에 달한다.

월드비전은 53년 9만6천달러를 비롯, 79년 최고 2백55만달러에 이르기까지 40년간 총 5천3백90만달러(약 6백억원)에 상당하는 성금 및 원조물품으로 한국에서 전쟁 복구와 재건 및 개발사업을 벌였다. 해외 원조는 92년 89만달러로 끝났으며 그 후에는 한국 자체 모금만으로 국내와 북한 및 해외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사업은 전국 13개 복지관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사랑의 도시락과 이동 목욕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제3세계 29개국에서는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그 가정을 위해 교육 및 소득증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96년부터 북한에 국수공장을 운영, 6만여 어린이에게 하루 한끼의 국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씨감자 생산사업은 3년 안에 북한의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야심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은 해외 긴급구호인데 그 대상은 아프가니스탄.남부 아프리카 4개국 및 이라크다. 긴급구호란 병원으로 치면 응급수술실로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사람을 긴급히 살려내는 일이다. 그에 비해 개발사업은 회복실로 비교할 수 있다.

수술 뒤 환자가 혼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는 것처럼 사회적 약자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일이다.

이런 사업을 위해 월드비전은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일대일 아동결연 및 월 후원회원과 기업의 사업 후원.물자기증을 통해 연간 약 2백50억원을 모금하고 있다.

특히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후원하는 7만명의 후원자 덕분에 우리가 국내외에서 마음놓고 일할 수 있다. 배우 김혜자.박상원씨도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10년 넘게 애쓰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전세계 1백여 회원국 중 17개만이 후원국이며, 이중 후원받던 나라가 후원하는 나라로 바뀐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지금도 후원받는 나라들의 모범과 희망일 뿐더러 내가 세계 어디를 가서도 크게 뻐기는(?) 점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을 때 받았던 국제사회의 은혜를 여기 이라크에서 대신 갚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뿌듯하다. 이게 바로 사랑과 은혜의 릴레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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