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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신혼여행지 몰디브 비상사태 선포 … 외교부, 수도 말레섬 방문 자제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5일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이복 형이자 야당 지도자인 마우문 압둘 가윰 몰디브 전 대통령(가운데 손 든 사람)을 체포했다. [AP=연합뉴스]

15일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이복 형이자 야당 지도자인 마우문 압둘 가윰 몰디브 전 대통령(가운데 손 든 사람)을 체포했다. [AP=연합뉴스]

한국인들에게 신혼관광지로도 유명한 몰디브의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15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무장한 정부군은 6일 대법원 판사 2명과 야당 지도자들을 전격 체포했다. 사법 체계가 마비되고, 군을 동원한 야당 탄압이 일어나면서 몰디브의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군, 전직 대통령-대법원 판사 체포

몰디브 대법원은 지난 1일 야권 정치인 9명의 석방과 재심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대해 “정치적인 수사와 판결이 진행됐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명령했다. 구속된 다른 야당 의원 8명도 석방토록 했고, 여당을 탈당했다가 의원직을 잃은 의원 12명을 복직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야민 대통령은 이 같은 대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대법원이 석방을 결정한 나시드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맞서 10월 대선에 출마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의원 12명이 복직해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야민 대통령의 탄핵 추진도 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야민 대통령이 대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수도 말레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유엔과 미국도 몰디브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법원 명령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야민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을 따르면서 국가 치안을 유지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무장한 군을 보내 대법원을 폐쇄했다. 그는 마우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도 체포했다. 야민 대통령의 이복형제인 가윰은 지난 2008년 첫 민주선거를 치를 때까지 몰디브를 30년 동안 통치했던 인물이다. 자택에서 체포되기 전 가윰은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결의를 유지해달라. 개혁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민주선거로 나시드 전 대통령이 선출돼 다수 정당이 경쟁하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가 싶던 몰디브는 2012년 그가 체포되면서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다. 야당 등 나시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야민이 이후 선거 결과를 조작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는 6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에게 수도 말레섬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통상 관광객들은 말레 국제공항에 내려 인도양에 흩어져있는 섬 휴양지로 이동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박유미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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