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연예인 괴롭히기' 중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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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청자들도 괴로울 지경인 브라운관의 '연예인 괴롭히기'에 철퇴가 내려지려나.

TV 오락프로의 연예인 괴롭히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숙명'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원회가 맘 먹고 실태조사에 나섰을 정도로 그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시청자에게 가벼운 웃음을 주자는 의도에서 출발했을진대 이젠 '가학(加虐)' 그 자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게 방송위의 판단이다.

방송위는 특히 이들 오락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주말 가족시간대에 편성돼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주시청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습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가 적시한 예는 다양하다. 연예인들이 가스실에서 방독면을 벗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진흙투성이로 엉켜 서로 잡아 던지고 갯벌에 처박히는 장면을 소개한다.

시합에 진 벌칙으로 투명상자에 머리를 집어넣게 한 후 상자 안에 개구리.미꾸라지 등을 넣기도 한다. 출연자의 비명이 커질수록 진행자는 더욱 신이 난다.

방송위 관계자는 3일 "최근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학의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4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며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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