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 내치고 '무보수' 사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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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봉 10억원을 받던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이 적자 벤처기업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흑자를 낼 때까지 보수를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유니보스아이젠텍 사장으로 영입된 안무경(51.사진)씨는 1990년부터 최근까지 SAS코리아 사장으로 근무하며 한해 10억원의 급여을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SAS는 지난해 매출이 20억달러가 넘는 세계 소프트웨어 7위 업체.

그러나 安사장은 회사를 옮기며 "분기별 실적을 따져 적자를 내면 무보수로, 흑자이면 월 1천만원의 급여와 전체 주식의 3%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받겠다"고 말했다. 4분기 내내 적자이면 安사장의 연간 수입은 한푼도 없는 셈이다. 고객관계관리(CRM)솔루션을 서비스하는 유니보스아이젠텍은 2001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올 상반기에도 적자였다.

安사장은 "SAS에서의 경험을 살리면 새로운 사업모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회사를 옮겼다"며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에서 최고경영자가 보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백의종군(白衣從軍) 의사를 밝히자 기존 우진호.오준영 공동사장과 강봉주 부사장은 모두 영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安사장처럼 회사가 흑자를 낼 때까지 급여을 받지 않기로 했다.

3일 이 회사의 주가는 경영진들의 급여 반납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보다 60원(3.7%) 오른 1천6백90원으로 마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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