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지진 날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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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지난 1일은 일본 관동대지진이 일어난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그 이후에도 지구 상에는 매년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연간 열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과학으로도 지진 예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고 지진은 예고 없이 오는 것은 아니다. 자연만 잘 관찰해도 그 징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동물 행동과 수위 변화 등이 주요한 관찰 대상으로 꼽힌다.

최초의 지진 예보에 성공했던 1975년 2월 4일 중국 만주 하이청(海城)지역. 이날 평소에 날지 않던 거위가 날아다니고, 한 겨울인데도 나비가 나와 날다가 얼어죽는 일이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꽁꽁 언 하천의 물이 얼음을 뚫고 몇십㎝씩 솟구쳤는가 하면, 지하수도 4백여곳에서 급격하게 높아졌다.

하이청 지자체는 이런 여러 징조를 종합해 24시간 안에 강진이 올 것이라고 예고, 최초의 지진 예보에 성공해 수만명의 생명을 구했다. 하이청에서처럼 동물이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지진을 느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일본 오사카대학은 95년 고베지진 때 실험실 쥐가 허둥대거나 앞발로 얼굴을 문지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 원인이 지진 때 발생한 전자 펄스 탓이라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실험실 쥐는 생체시계 연구에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지진 발생 하루 전부터 이상 행동을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검토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진 때 발생한 정도의 전자 펄스를 쪼여 주는 실험을 최근 한 결과 그날과 같은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오사카대학은 메기가 지구 전자파 변화를 다른 물고기보다 1백만배 더 민감하게 느낀다는 점을 이용해 메기 지진 관측망을 세운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일본에는 커다란 메기가 물 속에서 요동치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지하수위의 변화는 지각이 뒤틀리거나 변형되면서 수위를 높이거나 내리게 해 발생한다. 지각이 갈라져 구멍이 생기면 그 속으로 물이 들어가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물이 있는 곳의 지각을 꽉 조이면 수위가 올라가는 식이다. 수위 상승은 물을 머금은 스펀지를 꽉 짜면 물이 빠져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리히터 규모 3 정도 지진의 경우 진앙에서 16㎞ 거리까지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지만, 리히터 규모 9의 지진은 9천6백㎞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영향이 나타났다. 64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던 리히터 규모 9.2 의 지진은 지구 반대쪽인 남아프리카 우물에서도 관측됐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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