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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2화. 개의 해에 어울리는 캐릭터 '코볼트'

중앙일보

입력

2. 개의 해에 어울리는 캐릭터 '코볼트'

독일 전설에 나오는 코볼트는 집을 지키는 요정의 일종이다. 판타지 작품에선 개머리 모양의 코볼트도 나온다. 자료=www.4gamer.net

독일 전설에 나오는 코볼트는 집을 지키는 요정의 일종이다. 판타지 작품에선 개머리 모양의 코볼트도 나온다. 자료=www.4gamer.net

2018년은 개의 해, 그중에서도 황금개의 해라고 합니다. 간지(干支)에 따른 것인데, 10년을 주기로 한 십간과 12년 주기인 십이지를 조합한 육십갑자를 바탕으로 한 해의 운세를 점치고,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는 것이죠.십이지는 주로 동물의 성질과 각 동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때에 맞추어 시간을 정하고, 그 순서대로 매해의 간지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개는 ‘날이 어두워지니 개가 집을 지키기 시작하는 시간’. 즉, 밤 7시부터 9시를 개의 시간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십이지 중 11번째가 된 거죠.

거의 1만5000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개는 그만큼 우리와 친숙한 친구입니다. 신화·동화에서도 종종 동료로 등장하죠. 일본에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소년, 모모타로와 함께 요괴인 오니에게 맞선 개(그리고 원숭이와 꿩)가 있으며, 중국에선 개와 함께, 요괴 뱀에 맞서 싸운 소녀 영웅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술을 이용해서 뱀을 꾀어낸 소녀는, 개가 싸우는 틈을 이용해 뱀의 목을 베죠.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은혜를 갚은 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신화 속에는 어딘가를 지키는 파수견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지옥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가 있으며, 켈트 신화엔 주인의 집을 지키고자 한 영웅을 습격하다가 죽은 사냥개가 있습니다. 세탄타라는 이름의 영웅은 자기가 어쩔수 없이 죽여 버린 개를 대신하여 그 땅, 쿨란을 지켜주기로 했는데, 그로 인해 ‘쿨란의 사냥개’라는 뜻인 ‘쿠 훌린’이라는 별명을 얻죠. 성스러운 창을 가진 영웅, 쿠 훌린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개들이 주인의 말을 충실하게 따르고 정해진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은 때때로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 소설『바스커빌의 개』에 나오는 마견처럼 나쁜 주인의 명령으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그래도 개는 대개 선한 편으로 등장하는 반면, 개의 조상인 늑대는 많은 판타지 작품에서 악당으로 나옵니다. 개나 늑대는 그 모습 그대로도 판타지에 많이 나오지만, 이따금 이집트 신화 속 자칼(또는 개) 모양 얼굴을 한 죽은 자의 신 아누비스처럼, 사람 몸에 개 머리를 한 모습으로도 등장합니다.

세계 각지의 신화나 전설, 판타지 작품에서 이런 존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리니지' 같은 게임에 종종 등장하는 코볼트(Kobold)예요. 독일 전설에 나오는 요괴죠. 본래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집요정 도비처럼 추한 모습의 난쟁이 같이 생겼지만, '던전&드래곤스'라는 게임에서 개 머리 모양으로 나온 후, 일본·한국의 여러 작품에서 그 모습을 따라 했어요.

코볼트라는 독일어로 ‘사악한 정령’을 뜻합니다. 집을 지키는 작은 요정의 일종으로 대개는 일을 도와주는 대신 우유나 곡식 같은 답례를 요구하는데, '그림 동화'에도 방앗간의 딸을 위해 짚을 황금으로 만드는 대신,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요구했던 '룸펠슈틸츠헨'이란 코볼트가 등장합니다. 아기를 구하고 싶었던 딸이 사정하자 자기 이름을 맞혀보라고 했는데, 마지막 날 너무 기쁜 나머지 자기 이름을 대며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만큼 어리숙한 면도 있죠.

이따금 코볼트는 사람들의 광산에 몰래 들어가서 은 같은 귀금속을 파내고 대신 다른 금속을 넣어둔다고 해요. 그 금속은 은하고 비슷하지만, 용광로에 넣으면 유독 가스가 발생하면서 이상한 분말만 남죠. 속았다고 생각한 광부들은 이 금속을 코볼트가 만든 것이라는 뜻에서 ‘코발트’라고 불렀습니다. 과학자들이 코발트를 연구하면서 다양하게 쓰이게 되었지만, 처음 이 금속을 발견했을 때는 은과 닮았지만,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령인 코볼트는 장난이 심하긴 해도 사람을 돕곤 하지만,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개 머리 모양 코볼트는 단지 사악한 괴물일 뿐입니다. 크기가 작고 약하지만 날렵하고 집단으로 모험가를 공격하는 위험한 존재죠.그런데 왜 하필 판타지의 코볼트가 개 모습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코볼트가 개처럼 집을 지키는 요정이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볼트가 개처럼 친근한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는 지금도 마스코트로 코볼트 인형을 갖고 다닌다는데, 그것은 집요정으로서의 코볼트가 독일인에게 익숙하다는 말이겠죠.

그래서일까요? 최근엔 개 모양 코볼트들이 착하게 등장하는 작품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늑대 같은 습격자가 아니라, 개처럼 냄새와 소리에 민감하고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동료로 나오는 거죠. 개의 모습으로 적에겐 으르렁거리면서도 동료에게 꼬리를 흔드는 코볼트. 그야말로 개의 해에 딱 어울리는 판타지 캐릭터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올해는 한국에서도 매력적인 코볼트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양에서도 친숙한 코볼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존재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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