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의 비밀은 ‘그 때 그 사람’…비호감 지인 닮으면 못 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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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면 그 낯선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고, 반대로 자신을 배반한 사람을 더 닮았다면 더 불신하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프리큐레이션, 픽사베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면 그 낯선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고, 반대로 자신을 배반한 사람을 더 닮았다면 더 불신하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프리큐레이션, 픽사베이]

이전에 알던 사람의 이미지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낯선 사람에 갖는 신뢰와 불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민족·인종차별 등과 같은 차원의 연구에도 의미를 부여해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브라운대 사회신경과학자 오리엘 펠트먼홀 박사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 실험에 따르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면 낯선 사람을 더 신뢰하고, 반대로 자신을 배반한 사람을 더 닮았다면 더 불신하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29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2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참가자들에게 만난적 없는 3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각각의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한다면 10달러(1만원 상당)를 그냥 갖고 있을지, 또는 일부를 게임에 투입한 뒤 그 사람과 나눌 것인지를 물었다.

45차례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새로 만난 3명의 사람 가운데 한 명과는 투자에 대해 이익 나눠가겠다고 했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60%를, 나머지 사람에게는 이익을 거의 나누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연구팀은 참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게임의 파트너를 고르도록 하는 2차 실험을 진행했다.

한 파트너는 참가자들이 전혀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다른 파트너들은 사진을 통해 얼굴을 알려줬다. 사진 속에는 앞서 1차 실험에서 했던 게임에 등장한 파트너와 유사한 모습의 사람이 있었다.

그 결과 이전 게임에서 신뢰했던 상대방과 비슷한 사람일수록 다음 게임에서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대로 1차 실험의 게임에서 신뢰하지 못했던 사람과 닮은 사람에게는 강한 거부감이 나타났다.

참가자 가운데 68% 이상이 사진 속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닮았다는 인상을 갖게 되면 게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가 개를 상대로 진행했던 조건 반사 실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추가로 28명의 새로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로 뇌도 촬영했다.

이에 따르면 잠재 후보의 이미지가 첫 게임 때 신임을 얻지 못했던 참가자와 유사할 경우 편도체의 활동이 더 강력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 런던 미들섹스대 행동경제학자 안토니오 에스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담고 있는 의미는 매우 광범하다"면서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을 왜 신뢰하고 불신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증대시킨 것은 물론 민족·인종차별 등과 같은 차원에서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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