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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암호화폐 판매 미끼 1500억원대 금융사기범 송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헷지 비트코인' 사기단 총책 마모(46)씨 등은 지난해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다. [연합뉴스]

'헷지 비트코인' 사기단 총책 마모(46)씨 등은 지난해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규모 가짜 암호화폐 사기 사건인 ‘헷지비트코인’ 사기단 총책 마모(46)씨가 31일 국내로 송환됐다. 지난 8월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날 당시 마씨는 이미 해외 도피 중인 상태였다. 총책 마씨가 3200억원 규모의 통신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지난 2006년부터 필리핀에서 11년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씨를 대신해 국내 모집책 권모(45ㆍ여ㆍ구속)씨 등은 서울 강남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6개월 만에 원금의 2배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를 모았다. 피해자 3만5974명이 1552억원의 투자금을 이들에게 맡겼다.

마씨 등은 자신들이 발행한 ‘헷지비트코인’이 신기술을 적용해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심하는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FX코인’, ‘FX888’, ‘이노션빅’ 등 온라인 거래소도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발행한 암호화폐의 해당 거래소에서의 가격 상승 역시 업체가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의 주범인 마씨가 필리핀에 도피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해 3월 한국 경찰관으로 구성된 공동조사팀을 마닐라에 파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씨는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며 무장 경호원을 늘 데리고 다녔다. 필리핀 이민청과 공조한 한국 경찰은 총기 소지자가 입장할 수 없는 대형 호텔에 마씨가 들어가는 순간을 노려 마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까지 ‘헷지비트코인’ 사건의 공범 30명 가운데 모두 28명을 붙잡아 6명을 구속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국내 송환을 강하게 거부하는 등 송환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한ㆍ필리핀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송환을 적극 요청해 송환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송환된 마씨는 암호화폐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호송돼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경찰청이 지난해 하반기 암포화폐 투자사기로 검거한 인원은 모두 126명(구속 16명)이다. 경찰은 사건 대다수가 ‘헷지비트코인’처럼 가짜 암호화폐를 내세워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뒤 다른 투자자에게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수법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는 “시세 상승만 있어 원금 손실이 없다”며 투자자 5000여명으로부터 212억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경법 사기 등)로 ‘코알코인’ 발행사업체 대표 박모(48)씨 등이 구속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암호화페)라는 이름을 내세우긴 했지만 코알코인과 헷지비트코인 사건 모두 전형적인 다단계 폰지 사기 수법이다. 국내 수사기관과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파견 경찰관), 현지 사법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성과인만큼 앞으로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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