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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방 취소 통보에 "부담느낀 것 같다"는 통일부 대리해명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금강산 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가운데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금강산 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가운데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 공연 행사를 돌연 취소한 것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단기간 내에 금강산 지역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는데 있어서 북한 나름대로 행사 준비 과정에 부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도 짧은 기간 내 준비를 하느라 주말을 다 반납하면서 준비를 하느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한도 금강산 지역에 (남북 각각) 300명 이상의 대규모 행사를 한 적이 많지 않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전날 밤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다"며 행사 취소의 이유를 댔다. 북한 스스로 정치적 의도에서 행사를 취소시켰다는 걸 드러냈음에도 통일부는 동문서답식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금강산 문화회관 점검하는 남측 선발대 [사진 통일부]

금강산 문화회관 점검하는 남측 선발대 [사진 통일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행사에 부담을 느꼈다면 남측 선발대도 받지 말았어야 하며, 관객 300명을 동원하는 것은 북한으로서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한밤의 깜짝 일정 취소는 이번이 두번째다. 북한은 지난 19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일행의 20~21일 방남 일정을 하루 전 오후에 통보했다가 그날 밤 10시에 ‘중지’를 통보해왔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0일 “일정 취소 사유를 북한에 요청했다”고 했으나 북한은 끝까지 그에 대해 침묵했다. 양무진 교수는 “이때부터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며 "북한의 대남 태도가 바뀌지 않았음이 드러났는데도 통일부는 의미있는 조치를 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현송월 방남 취소 당시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송월 방남 취소' 때는 통일부가 항의 표시도 안했지만, 이번엔 유감을 표명하는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조 장관 명의로 이선권 조통위원장 앞으로 보낸 이 전통문에서 정부는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 발을 뗀 상황에서 남북 모두 합의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도 뚜렷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현송월 방남을 돌연 취소했을 때부터 이번 판은 자기들 그림대로 끌고 가겠다는 걸 드러낸 셈"이라며 "우리 정부가 철저히 원칙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은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까지도 '올림픽 참가 취소'를 들먹이며 계속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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