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타임 슛=단번에 쳐넣기 … 남북 하키 용어 익히며 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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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북한의 주장 진옥(28)선수를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열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생일 케이크 앞에서 축하 노래를 불렀다. [사진 대한체육회]

지난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북한의 주장 진옥(28)선수를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열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생일 케이크 앞에서 축하 노래를 불렀다. [사진 대한체육회]

지난 28일 저녁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깜짝 생일파티가 열렸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케이크를 들고 북한의 주장 진옥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 것이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단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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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선수들은 28일부터 4~6인용 식탁에 함께 앉아 밥을 먹는다. 남북 선수들은 만 나이를 따지며 서로 언니라고 말하며 웃고, 떡볶이를 나눠 먹기도 했다. 단일팀은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했는데 28일 첫 합동훈련에서는 라인(5명)마다 북한 선수 1명이 투입돼 호흡을 맞췄다.

28일 생일을 맞은 북한 주장 진옥은 케이크를 잘랐다. 28일 첫 합동 훈련을 시작한 남북단일팀은 서로 다른 용어를 익히며 호흡을 맞췄다. [사진 대한체육회]

28일 생일을 맞은 북한 주장 진옥은 케이크를 잘랐다. 28일 첫 합동 훈련을 시작한 남북단일팀은 서로 다른 용어를 익히며 호흡을 맞췄다. [사진 대한체육회]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남과 북의 하키 용어가 다른 점을 고려해 영어·한국어와 북한식 표기를 함께 적은 용지를 선수들에게 나눠 줬다. 한국어로 ‘원타임 슛’은 북한 용어로 ‘단번에 쳐넣기’다. ‘박스아웃’은 ‘문밖으로 밀어내기’, ‘골리 글러브’는 ‘잡기 장갑’ 등이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단장은 “남과 북의 용어가 다르긴 하지만 알아듣지 못할 외계어는 아니다. 서로의 용어를 익히며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본 아이스하키계 관계자는 “같은 운동을 하는 젊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금방 섞였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단일팀과 일본의 맞대결은 평창올림픽 빅매치로 꼽힌다. 조별 리그 B조에 배정된 단일팀은 스위스·스웨덴·일본과 차례로 맞대결한다. 단일팀은 특히 2월 14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과 예선 마지막 경기인 3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북한·일본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얽혀 있어 이 경기에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는 2587명이지만 한국은 319명에 불과하다. 세계랭킹에서도 한국은 22위, 북한은 25위다. 일본은 9위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고, 북한은 단일팀 자격으로 뒤늦게 가세했다. 반면 일본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은 2007년 창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0-29 참패를 당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0-3으로 졌다. 한국은 일본과 7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고작 1골을 넣고 무려 106점을 내줬다. 양승준 단장은 “남북이 힘을 합쳐 한 발 더 뛰는 투혼의 하키를 펼친다면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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