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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2010년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 당해” … 대검 “진상 조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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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직 여성 검사가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29일 대검 감찰본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되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진주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청 내부전산망(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소속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 ‘미투’ 폭로 #“사과 받기로 했지만 인사 불이익” #안태근 “사과 요구 받은 적 없다”

그는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받고, 사무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으며 이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인사발령의 배후에는 안 검사가 있었다는 것을, 안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국장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서 검사는 “법무부 등에 조용히 의사를 표시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답변은 ‘검사 생활 얼마나 더 하고 싶냐, 검사 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상사 평가나 잘 받아라’하는 것뿐이었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Me Too’ 운동이 전 세상을 울리는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더는 침묵하지 않고 스스로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으로 힘겹게 글을 쓰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미투(#Me Too)’운동은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를 붙여 고발하는 캠페인이다. 서 검사도 글 말미에 ‘#Me Too, #검찰인사제도, #검찰 내 성폭력’ 이라고 해시태그를 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해 검찰에서 퇴직한 안 전 검사는 29일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억하지 못해 당시 동석자들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면 다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다만 그 일과 관련해 사과 요구를 받은 일은 없으며 해당 검사에 대해 불이익을 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말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봤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성추행과 관련된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의 경과, 문제 된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인하여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 pakr.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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