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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70개국과 비교해본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생태계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기업가 정신연구협회(GERA‧Global Entrepreneurship Research Association)는 매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이하 GEM 연구)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GEM 연구는 1999년부터 진행되어 온 기업가정신 국제비교연구로서 한 국가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기업가적 활동 특성, 기업가정신 생태계의 건전성 파악을 주요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리가 GEM 연구 결과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기업가적 활동 상황을 세계의 약 70여 개국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성인들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기업가적 활동이 일자리 창출과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2008년부터 참여해 온 GEM 연구의 조사는 일반성인(APS: Adult Population Survey)과 국가전문가(NES: National Expert Survey)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GEM 연구는 기업가정신을 ‘개인 혹은 개인으로 구성된 팀이 주도하여 신규기업을 창업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존 기업들은 기업을 확장시킴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Reynolds, et al., 1999, p.3).
이 연구의 핵심지표로 사용되는 것은 각 국가별 기업가적 활동을 비교 분석하여 지수화 해 내는 총초기 기업가 활동 비율(TEA‧Total Early-stage Entrepreneurial Activity)이다. TEA 지수는 성인(18~64세) 인구 중 초기창업자(nascent entrepreneur)와 신규기업소유자(new business owner)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초기 창업자란 창업과정에 있거나 창업한지 3개월 이내인 창업자들을 의미하며 신규기업소유자란 창업 후 아직 42개월이 경과되지 않은 기업을 소유하는 창업자를 일컫는다.

TEA가 높다는 것은 초기창업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많아 그것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일부 저개발국가에서 TEA가 혁신주도형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해당 국가에 창업이외의 경력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TEA 지수는 과거 10년 동안 평균 7.5% 수준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며 혁신주도형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창업동기 측면에서 과거에는 생계형(necessity-driven) 비중이 기회추구형(opportunity-driven) 비중에 비해 높았으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창업자들의 3/4가량이 기회추구형 창업을 했다는 점이다.

창업동기의 변화와 함께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를 중심으로 한 창업친화적 분위기 확산 노력이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2015-2016) (자료 출처: GEM Korea 2016)

<그림 1>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2015-2016) (자료 출처: GEM Korea 2016)

과거 10년 동안의 GEM 연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생태계는 점진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창업자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회추구형 창업이 증가하고 바람직한 경력대안으로 기업가가 각광을 받아가고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창업기업의 혁신성(innovativeness) 수준과 고용창출(job creation) 효과가 혁신주도형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여성 창업비중이 혁신주도형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과 청년창업이 장년창업이 비해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R&D 이전, 교육 및 훈련분야는 혁신주도형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별도의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초기 창업기업과 더불어 기 창업기업의 혁신능력도 경제성장 및 고용창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평가하는 종업원 기업가적 활동(EEA: Established Entrepreneurial Activities) 지표를 보면 혁신주도 국가들의 평균이 5.1에 이르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존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우수성 측면에서는 약 70여개 조사대상국 중 한국은 10번째이다. 많은 국가들이 정부 주도의 기업가정신 정책의 성공사례로 한국을 인용한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건전한 기업가정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창업정책과 더불어 기존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는 사내혁신 프로그램이나 사내 기업가정신 분야에도 정책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국적으로 민간 스스로가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는 보조자 역할에 국한하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림 2> GEM 2016년도 경제발전단계 구분에 따른 TEA(자료 출처: GEM Korea 2016)

<그림 2> GEM 2016년도 경제발전단계 구분에 따른 TEA(자료 출처: GEM Korea 2016)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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