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례 협상 결렬에 "충격 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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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천여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11일째 조업이 중단돼온 경남 거제 대우조선이 노조의 쟁의에 대한 회사의 마지막 대응수단인 직장 폐쇄신고를 11일 제출함으로써 중대한 국면에 돌입케 됐다.
대우조선은 작년 한해에만 6백94억 원의 적자를 낸 만성적 적자기업으로 지난해 사망자까지 낸 격렬한 노사분규에 시달렸으며 올 들어 12차례의 임금 협상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충격요법을 쓴 것이다.
이번 분규는 지난해 8월 이른바 「민주노조」가 설립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 노조 요청에 따라 지난2월26일부터 시작된 단체교섭에서 비롯됐다.
노조 측은 3월2일 첫 교섭에서 단체협약은 미루고 임금협상부터 할 것을 요구하며 기본급 12만원 정액인상(55%)을 제시, 회사측도 임금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12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11일 오후 3시50분쯤 ▲기본급 3만1천4백원 ▲수당 3만원을 3월부터 소급 인상키로 하고 ▲농성기간 중 유급처리 ▲농성기간중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최종합의에 거의 도달했었다.
그러나 농성기간 중 유급 처리키로 한 급여지급을 둘러싸고 회사측은 5월7일까지 50%, 12월말 50%씩 분할 지급을 주장한 반면, 노조 측은 5월7일까지 1백% 전액지급을 요구, 임금협상은 타결 일보 직전에서 지엽적 문제로 무산됐다.
임금인상 외 정기승급 인정 여부도 문제됐다.
당초 양측은 3월14일, 18일 2차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 측의 기본급12만원 인상요구에 대해 회사측은 1만5천 원 인상안을 제시, 협상이 난항에 빠졌었다.
노조 측은 자체 조사한 최저생계비 40만2천 원(2·5인 기준)을 근거로 『8시간 노동으로 생계비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고, 회사측은 『금년에도 9백억 원의 적자발생이 예상되는 회사형편과 지난해에 실질임금 31%(6만1천여 원)를 인상한 점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맞섰다.
이에 노조 측은 3월21일 관할 거제군과 경남도 노동위원회에 정식으로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하고 10일간의 냉각기에 돌입했다.
냉각기간 중 근로자들은 식사시간연장·집단조퇴 등으로 사실상 태업에 들어가 부분 조업중단사태가 계속됐으며 3월25일 전체노조원들이 참석한가운데 투표를 실시, 4월1일부터 단체 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해 합법적인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 5일 김우중 회장이 임금 협상에 직접 나서면서 급진전을 보여 지난9일 회사측이 ▲기본급 3만1천4백원 ▲수당 3만원 인상안을 최종 제안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11일 오전 조합원 총회를 열어 회사측 최종 인상안에 대해 찬반의사를 물을 예정이었으나 노조 측 강경파들이 파업기간 중 급여지급 등을 주장,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총회가 무산됐다.
회사측은 회사의 마지막 안이 20%의 실질임금인상을 뜻하는 충분한 선이며 회사의 마지막 양보 선이라며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사가 감당 할 수 없는 만큼 직장폐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조에 통보했었다.
회사측은 근로자들이 3월21일 쟁의발생신고 후 지금까지 20일간 태업을 통한조업중단으로 그 동안 3백20억 원의 총 매출 감소, 1백60억 원의 순 손실 감소를 초래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노사분규에 대기업이 비상수단인 직장폐쇄로 대응한 첫 사례여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다만 양측의 견해차가 지엽적인 부분이어서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질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이 사태는 최근 노사분규가 2∼3월의 중소기업위주에서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가속시킬 전망이다.
대우그룹의 경우 조선 외에 자동차·정밀이 파업중이고 대우중공업도 2차례의 임금교섭이 결렬돼 파업이 예상되고있다.
또 현대그룹도 현대중공업노조가 12일 쟁의발생 신고를 냈다.
이밖에 서울택시노조와 안양지역 14개 택시노조 등도 분규를 겪고 있는 등 바야흐로「노사분규의 봄」이 고비에 접어들고 있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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