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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한국 찾은 일본 여배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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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 야자와 아이의 만화 '나나'의 여주인공이 막 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나나'(감독 오타니 겐타로, 30일 개봉)에서 오사키 나나역을 맡은 일본의 초특급 가수 나카시마 미카(23)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만 무려 3200만 부가 팔려나간 초대형 화제작. 이름이 같은 두 신세대 여주인공의 사랑과 꿈을 섬세한 화면과 밀도 있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개봉돼 500억원이 넘는 흥행수익을 올렸다.

"원작이 너무 대단한 작품이라 부담이 많이 됐습니다. 읽지는 않아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책이니까요. 특히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나의 열정이 제대로 묘사되도록 노력했어요."

한국어판 만화책 '나나'를 보여주니 "느낌이 너무 다르다"며 신기해한다. "한국 책은 일본과 제본방향이 다르다"는 설명에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만화는 14권까지 발간됐지만 영화화된 부분은 5권까지의 분량이다. "5권까지의 다채로운 내용을 두 시간 안에 담았다는 게 대단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2년 첫 앨범 'True'는 나오자마자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며 그해 일본 레코드대상 신인상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2003년에는 일본 레코드대상 금상과 베스트앨범상을 받으며 일본 대표가수로 떠올랐다. 국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가 원곡인 '눈의 꽃'을 불러 이미 국내 관객들에겐 친숙하다. 그가 이 영화에서 부른 'Glamorous Sky'는 발표 첫 주에 오리콘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리코딩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펑크 장르는 처음 불렀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카시마 미카가 아닌, 오사키 나나가 부른다고 생각하며 심혈을 기울였어요."

그녀는 무대에서 맨발로 노래하기로 유명하다. "노래를 부를 때는 눈을 감고 몰입하거든요. 신발을 신으면 균형감각을 잡기가 힘들어 맨발로 서는 거예요." "이은미라는 한국 가수도 맨발로 노래한다"고 했더니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정형모 기자

사진=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한국과는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 첫 영화는 일.한 고교생의 사랑을 그린 '칠석의 여름'(2003년)이었어요. 중학교 때는 장구를 배워 전교생 앞에서 공연한 적도 있지요."

일본의 청춘 스타 우에노 주리(20)가 영화 '스윙걸즈'(감독 야구치 시노부, 23일 개봉)로 한국을 찾았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말썽꾸러기 여고생들이 재즈밴드를 만들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던 소녀들이 몇 달간 맹훈련을 한 뒤 마침내 무대에서 신나는 재즈로 관중을 즐겁게 한다.

대개 음악 영화라면 배우는 연주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 소리는 전문가가 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악기라면 완전 초보자였던 배우들이 직접 배워가며 연주했다. 그래서 전문가의 연주만큼 매끄럽지는 않지만 대신 그만큼 신선하고 발랄하다.

우에노는 인터뷰 중 직접 색소폰을 들고 나왔다. '인 더 무드' 등 영화 속 재즈곡을 서툴게 연주하다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그동안 연습을 못해 실력이 줄었네요. 악보를 볼 줄 몰라 음을 외우고 손가락 모양을 보며 연주했어요. 그래도 이것을 들고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연주했는걸요."

영화 속 일본 고교생의 모습에는 자유분방한 청춘의 낭만이 물씬 풍겨나온다. "일본에도 대학입시가 있긴 해요. 그렇지만 고교마다 서클 활동이 매우 활성화돼 있죠.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좋아하는 분야의 서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는 한국 영화팬에겐 구면이다. 2004년 국내 개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를 좋아하는 여대생 가나에로 출연했다. 당시만 해도 조연이었지만 세 번째 출연작인 '스윙걸즈'에선 당당히 주연을 따냈다. 이 영화로 2004년 일본 아카데미 신인여배우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행복한 스위치'라는 영화의 촬영을 끝냈다.

"중학교 3학년 때 화장품 CF 모델로 데뷔했어요. 연예인 친구도 많이 사귀고 이렇게 한국에도 올 수 있으니 배우가 되길 잘한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 배우들과도 함께 연기해 보고 싶어요. 1순위는 물론'욘사마'(배용준)고, 박용하씨도 좋아요."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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