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발 뉴욕행 국제 항공 행낭에|주인 불명 등 5백만불 채권증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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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에서 뉴욕으로 보낸 국제 항공 운송 행낭 1개가 뉴욕서 운송 중 분실됐다가 8시간만에 발견되고 그 안에서 5백만 달러의 거액 채권증서가 나타나 현지 교포 사회와 금융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채권은 국내 기업이 현지 지사에 보내려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사에 나선 뉴욕 경찰 당국은 발·수신인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채권은 현지서 간단한 절차로 현금화하거나 담보로 활용될 수 있는 「네고시어블 본드 (Negotiable Bond)여서 최근 전경환씨 수사를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해외 재산 도피」 의혹도 사고 있다.
◇분실=문제의 채권은 국제간 서류 특사 배달 서비스 회사인 DHL사 한국 대리점이 지난 1일 서울에서 보낸 3개 행낭 중 1개에 들어 있었다.
한국대리점 측은 당일 접수한 4백24건의 우편물을 3개 행낭에 넣어 뉴욕행 KAL908편으로 탁송했다.
행낭은 2일 오전 뉴욕의 존F케네디 공항 KAL 수화물 터미널에 도착, 인근 DHL사 창고로 운반 도중 1개가 분실됐다.
행낭을 수송한 DHL사 직원 「스테핀·도어」씨에 따르면 3개의 행낭을 싣고 창고에 도착해보니 1개가 없어져 수송로를 되돌아가 찾았으나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회수=분실된 행낭은 8시간쯤 후인 2일 오후 공항 근처의 자메이카 만에서 낚시를 하던「레이몬드·루카스」씨 (퀸스 거주)에 의해 발견, 신고됐다.
「루카스」씨는 행낭이 바다에 뗘있어 끌어내 풀어보니 5백만 달러 상당의 채권과 여러 장의 수표가 있어 5일 경찰에 이를 신고했으며 뉴욕 항만청 경찰은 특별 수사반을 편성, 수사에 나섰다.
◇채권=행낭 안에서 발견된 채권은 86년과 87년에 각각 발행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국립은행의 것으로 채권액면은 5백9만58달러.
경찰은 이 채권들이 나이지리아에서 구입돼 한국으로 수송된 후 다시 뉴욕으로 빼돌려지던 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문제의 채권이 현금처럼 활용이 가능한 점을 중시해 계획된 범죄인지를 추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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