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주오픈 8강]정현이 카메라에 쓴 글은 ‘충 온 파이어!’

중앙일보

입력

정현이 24일 호주오픈 8강전을 마친 뒤 카메라에 충 온 파이어! 라는 메시지를 적었다.[사진 JTBC3폭스스포츠 캡처]

정현이 24일 호주오픈 8강전을 마친 뒤 카메라에 충 온 파이어! 라는 메시지를 적었다.[사진 JTBC3폭스스포츠 캡처]

'충 온 파이어!'

24일 벌어진 호주오픈 8강에서 정현(22ㆍ한국체대ㆍ삼성증권 후원)은 테니스 샌드그렌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승리 후 인터뷰를 마친 정현은 중계 카메라 렌즈에 사인을 했다.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는 중계가 끝나면 승리자가 카메라 렌즈에 사인하는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정현이 카메라에 쓴 글은 ‘충 온 파이어!’(CHUNG on Fire!). 충은 정현의 성인 '정'의 알파벳 표기인 Chung을 소리나는 대로 읽는 발음이다. 정현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미스터충'이라고 적기도 했다.

정현은 앞서 22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거함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격침시킨 뒤 중계 카메라 렌즈에 한글로 “캡틴 보고 있나?”라고 썼다.

그는 ‘보고 있나’라고 사인한 이유에 대해 “전 삼성증권 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 당시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가 잘돼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캡틴’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그는 “캡틴 보고 있나”라고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캡틴’은 김일순 전 감독이다. 중학교 시절 일찌감치 유망주로 꼽혀 미국 유학을 떠난 정현은 현지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고전하다 2012년 고교 입학 후 삼성증권의 지원 속에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증권 감독 시절 이형택을 길렀던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정현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을 주선한 뒤 제자인 김 전 감독에게 지도를 맡겼다.

정현은 고교 시절 승승장구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금융 불황 여파 등에 따라 팀이 해체됐다. 이 여파로 김 전 감독, 윤용일 전 코치와 남지성, 장수정 등 남녀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정현만 홀로 남아 삼성증권의 후원을 계속 받게 됐다. 당시 정현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당시 동료에 따르면 정현은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잘해야 팀이 없어지지 않는가. 나중에 잘되면 뭔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자”고 말했다. 정현의 ‘보고 있나’ 사인은 당시 심경과 약속이 담겨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