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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웅 탄생...정현 호주오픈 준결승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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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준결승에 출전했다.

2018 호주오픈 8강전을 치르고 있는 정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2018 호주오픈 8강전을 치르고 있는 정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2시간 29분 만에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을 세트 스코어 3-0(6-4, 7-6, 6-3)으로 꺾었다. 8강에 올라 한국 테니스 사상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쓴 정현은 준결승에 오르면서 또 역사를 새로 썼다.

정현은 4강 진출 상금 88만 호주달러(7억5000만원)도 확보했다. 랭킹포인트로 720점을 수확했다. 만약 정현이 4강에서 대회를 마감하면, 다음 주 1577점이 될 전망이다. 이형택이 세운 한국 최고 랭킹(36위)도 넘어설 수 있는 랭킹포인트다.

정현은 아직 세계 테니스에선 샛별이다. 투어 우승은 한 차례 밖에 없고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세운 44위다. 그런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건 최대의 이변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다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세계 14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톱 랭커들을 꺾고 올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샌드그렌은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만난 하위 랭커였다. 오히려 방심할 수 있지만, 정현은 침착하게 자신의 기술을 구사했다. 주무기인 백핸드를 바탕으로 포핸드를 섞어 스트로크 랠리를 이어갔다. 30구가 넘는 랠리에도 코트 구석구석을 찔러넣었고, 결국 샌드그렌의 실수를 유도해 점수를 올렸다.

정현은 1세트, 게임 스코어 1-1에서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을 가져오면서 2-1로 역전했다. 이후 자신의 서브게임을 잘 지켜 6-4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는 정현이 다소 흔들렸다. 결국 게임스코어가 6-6으로 동점이 돼 타이브레이크(7점 먼저 따면 승리)에 돌입했다. 그리고 4-5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따내 2세트까지 따내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3세트에선 여유롭게 6-3으로 이겼다. 게임 스코어 5-3에서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시작했다. 바로 연속 4점을 따 40-0으로 앞서나가면서 매치포인트만 남겨뒀다. 하지만 너무 의식했는지 연달아 실수하면서 40-40 듀스가 됐다. 하지만 침착하게 공격했고, 결국 이겼다.

정현을 발탁하고 키운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메이저 대회 4강은 올림픽 금메달이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과 같은 쾌거"라며 "이런 상승세라면 우승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세운 메이저대회 최고성적은 2014년 US오픈에서 니시코리 케이(일본·24위)가 해낸 준우승이다. 아직까지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1987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마이클 창(46·미국)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정현은 26일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토마시 베르디흐(체코·20위) 경기 승자를 상대한다. 이 경기는 오늘 저녁 5시30분에 열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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