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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서 워너원팬 구금...‘방문목적외 활동’이 무서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아이돌 그룹 워너원. [워너원 인스타그램]

아이돌 그룹 워너원. [워너원 인스타그램]

지난 19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들이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총 19명이 말레이시아 이민법 위반으로 구금됐으며, 이 중 한국인이 7명”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주말 동안 말레이시아측의 상황 파악이 힘들다면서도 이민법 위반 사유에 대해 “여권 미소지, 입국 비자상 허가된 범위 이외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비자가 허가하는 목적 외의 활동을 한 것이었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이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네가라 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돌 워너원팬미팅 행사를 위해 입국했으며, 현지에서 직접 만든 워너원 기념품을 팔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는 목격담도 이어졌다. 공연장 주변에서 노점상을 차리고 워너원 기념품을 팔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것이다. 관광 비자로 들어와서 상업 행위를 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국내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이 23일 구금 중인 우리 국민과 영사 면회를 실시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며 “현지 이민 당국을 다시 접촉해 우리 국민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조속한 수사와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민이 연루되는 이같은 사례는 해외에서 종종 발생한다. 관광 비자로 여행을 갔다가 물건 몇 개 팔아 푼돈을 버는 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 탈세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 애틀랜타 공항에서 한국인 85명이 단체로 입국을 거부당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처음에는 사상 초유의 무더기 입국 거부 사태에 미국의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도 문제였지만, 주된 이유는 당초 기재한 목적과는 다른 행위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입국을 거부당한 한국인들은 명상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전자 여행 허가제(ESTA)로 미국에 입국하려 했다. 90일 이내로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 관광·상용 목적에 한해 한국인들은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 ESTA를 신청해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은 ESTA를 신청하면서 여행이 목적이라고 기재하고선, 일부가 미국 입국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농장에서 농작물을 재배해 팔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미 당국은 이들이 영리 활동을 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입국을 거부했다. 합법적 서류를 갖추고서도 다른 목적으로 방문하려는 의도가 확인될 경우 입국이 금지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례였다. 이렇게 한 번 입국을 거부당하면 미국 입국 시 ESTA를 이용할 수 없다.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 등 더 깐깐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애초에 허용된 방문 목적 외의 활동은 위법 행위로, 수사나 구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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