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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삼탕 선거공약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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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리를 놓고 도로도 포장해주겠다』『시민회관을 지어주고 대학을 유치하겠다』『그린벨트를 해제시기고 도청을 옮겨주겠다』.12대 총선 때 목청 높게 쏟아진 극회의원 입후보자들의 선거공약이 사탕발림 공염불로 끝난 게 수두룩하다. 기공식만 갖고 그친 공사. 선거 때 시작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중단, 방치된 공사, 공약이 된 사업이 전국적으로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일부 여당후보들은 구두 탄으로 끝난 옛 선거공약을 다시 들고 나와 꼭 실현시키겠다고 벌써부터 호언장담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더 이상은 안 속는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으며 특히 일선 행정당국은 여당후보들의 무턱 댄 공약남발 때문에 『왜 사업추진을 하지 않느냐』는 주민항의 등으로 애를 먹고있다.

<빈말공약>
『거창하게 기공식을 해놓고 4년째 소식조차 없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선거 때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각종 공약을 떠벌리고는 선거가 끝나면 공염불이니 이래도 되는 겁니까.』
13대 총선 선거일이 공고도 되기 전에 주민숙원사업을 간추린 입후보자들의 공약이 터져 나오자 『12대 공약도 말로 끝난 판에 또 유권자들을 속일 작정이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12대 총선 때 여당후보가 남문∼다동시장∼경수산업도로간 전장6백80m에 대해 폭12m의 도로를 개설해주겠다고 공약, 기공식을 올려 주민들에게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놓고는 손도 안댄 채 13대 총선을 맞았다.
강원도 삼척의 민정당 K후보도 삼척시 남양동 15통 지역 저지대주민 3백 가구를 위해 하수배수펌프장을 설치, 상습침수피해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장담해놓고는 4년째 무소식.
경북 영천∼경주시간과 영천∼월성군 안강읍간 4차선 23㎞도로는 확·포장계획만 거창하게 세운 채 꼬리를 감췄고 포항∼영일군 오천읍간 41.3㎞중 27.2㎞는 착공만 한 채 방치되고 있다.
여당후보가 대청댐 물을 무심천으로 방류시켜 농사짓는데 물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자신 있게 공약한 청주·청원 지역도 마찬가지.
선거가 끝나자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공약이 자취를 감추었고 충북 제천에 대학을 유치하겠다던 철석같은 약속도 꽁무니를 감춘 지 오래.
『도대체 유권자를 뭘로 보고 거짓공약을 떠벌리는지…』
구호로 그친 선거공약은 이같이 도로개설·포장·대학유치뿐만 아니다. 지역주민의 이권 등이 관련된 최대관심사인 도청이전·저수지신설·그린벨트해제 등을 내걸고 표를 얻어 당선된 후 어물쩍 넘겨오는 사례도 허다하다.
충남 공주군 정안면 주민들의 경우 민정당 후보가 인풍리에 20㏊크기의 저수지를 신설해 가뭄을 해결해 주겠다 기에 표를 몰아주었으나 해만 넘겨오고 있다고 불만.
부산 북구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겠다고 공약, 몰 표를 얻은 민정당 의원은 이번엔 북구-갑으로 선거구를 옮겨 공약불이행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예상, 출마지역을 옮겼다는 오해를 받기도.
경북 경주-월성에서 출마했던 민정당의 원은 대구에 있는 도청을 관광지인 경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으나 표만 얻고 시치미떼 주민들이 반발하고있다.

<공사중단>
『선거 때 공사를 하는 체 시늉만 내놓고 중단해버려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국고까지 낭비한 셈이지요.』
충남 홍성의 경우 12대 때 민정당 후보로 당선된 C의원은 금산 7백의총 성역화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워 주민들의 환심을 샀으나 선거 후 진입로만 뚫고는 중단, 주민들이『이럴 수가 있느냐』며 탄식.
경남 남해고속도로의 의창군∼마산∼진수·충무간 국도 2호선을 잇는 20㎞ 지방도로 확·포장공사의 경우 1㎞만 확 포장한 뒤 중단돼 주민들이 군 당국에 항의하자 지난해 3.5㎞를 더 확 포장하는 등 눈가림 식 공사를 해놓았다.
전남 승주군 서면 우회도로 확 포장공사도 마찬가지. 선거 때 착공한 이 공사는 총 연장 8백60m중 30%정도만 토막공사를 해놓고는4년째 방치된 채 흐지부지.
건평 5백68평의 시민회관건립을 공약했던 경북 영천의 민정당 의원은 선거1년 후인 86년 6월 1천4백40평의 부지매입과 골조공사만 한 채 공사를 중단.
전북 전주 장승로와 전주대교∼선주IC간 도로확장사업, 전주 천장화 등은 모두 민정당 의원의 공약사업. 그러나 전주대교-평화동 네거리를 잇는 2천5백m중 19%인 4백67m만 확장됐을 뿐 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같이 공사중단사태로 공사현장이 어지럽게 방치돼 오히려 주민불편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많다.
충북 충주-주덕간 4차선 18.5㎞ 확·포장공사의 경우 85년 선거 때 길만 넓혀놓고 포장이 안된 채 공사가 중단돼 통행차량이 큰 불편을 겪고있다.
86년 착공, 올 12월 완공을 장담했던 충남 연기군 조치원 지하도확장공사는 15억7천만원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으나 예산뒷받침이 늦어 공사가 부진, 아까운 국고사장에다 주민들의 불편까지 겹쳐있다.

<공약 되풀이>
12대 선거공약사업이 이같이 빈말에 그치고 있으나 이번 13대 총선에서는 12대 때 실현 안된 공약사업이 곳곳에서 재등장.
충북 청주지역의 여당후보는 대청댐 물을 무심천으로 연결, 농업용수해결을 꼭 실천하겠다는 공약을 담은 팜플렛을 돌리고 있다.
인천에서도 12대 때 여당후보가 내세웠던「인천항건설」공약이 무위로 끝났으나 민정당 서구의 후보가 다시 인천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 예정이며 충남 홍성의 여당후보도 진입로만 뚫어놓은 금산 7백의총 성역화사업을 공약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
특히 경기도 수원시 복개공사는 11대 총선 때부터 시민들에게 환심을 사는 선거공약으로 이번에도 여당후보가 이 공약을 승계.
수원의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이 숙원사업은 11대부터 되풀이만 되자 시민들은 아예 믿지 않는 반응.
사업비만도 1백45억원이 들 대 역사를 예산대책도 없이 공수표만 남발하는데 신물이 났다는 게 주민들의 말.
또 국회의원선거의 단골공약 중 하나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소록도간과 고흥군 몽래면 동제도∼내나라도∼외나라도간 연륙공사.
고흥군주민들의 숙원인 이 연륙사업은 선거 때마다 주민들을 잔뜩 흥분시켜 표를 따먹고는 언제 얘기했느냐는 식으로 꼬리를 숨겨 농어민들에게 정치불신감만 심어주고 있다.

<주민반응·당국표정>
『집권여당이 표를 얻기 위해 생색만 내고 유권자들을 속인 걸로밖에 여길 수 없습니다.』예산반영 등은 염두에 두지 않고 표만 얻어 당선될 작정으로 마구잡이 공약을 내세워 일선 행정당국만 주민항의 등 곤욕을 치릅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시·군 행정당국은 행정당국대로 불만과 고충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회관이 골조만 세우고 2년째 방치되고 있는 경북 영천시 문외동 황인철씨(58)는『국회의원출마자들이 각종 공약남발로 주민들을 속여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고 보자는 풍토는 이번 선거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여당후보가 다리를 세워주겠다, 도로포장을 해주겠다고 공약해주는 것은 자기개인 돈으로 할 일이 아닌 만큼 있을 수 없는 잘못』이라고 들고『턱없는 공약사업 때문에 사업추진이 부진, 주민들의 불만만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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