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찾은 아들 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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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회사출근 후 행방불명됐던 아들이 보름만에 숨진 시체로 돌아왔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까지 파악하고 있었으나 사인규명도 하지 않고 사체를 병원에 방치한 채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보름만에 돌아온 아들의 시체를 화장하고 돌아오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평화스럽던 가정이 어느 날 갑자기 풍비박산이 됐다.
『사람이 죽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이 사인조사는 커녕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보름동안 방치할 수 있습니까.』
6일 오후 서울영등포 한강성심병원 605호실.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길에 자신도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고 드러누운 아버지 김종업씨(57·개인택시기사)가 울분을 토했다.
김씨의 아들 진태씨(27)가 소식이 끊겼던 것은 지난달 15일. 진태씨는 그날 밤 11시40분쯤 택시를 타고 집 부근까지 왔다가 택시비가 없어 운전사와 승강이를 벌이다 갑자기 쓰러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신정경찰서 관할 신월4파출소 소속 의경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음날 6시쯤 숨졌다.
그러나 파출소측은 가족은 물론 상급기관인 신정경찰서에 변사사건발생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김씨와 싸운 운전사는 경찰에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신정정찰서 형사계에 이 사건을 보고한 것은 파출소가 아닌 병원측. 보름이 지나도록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사체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병원이 조치를 취했다.
그때야 경찰서측은 사고당시 운전사를 소환했으나『택시비가 없다 기에 승강이를 벌이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는 진술만 받아냈을 뿐이었다.『본서 형사계 데스크에 보고했어요. 가족에게는 병원측이 연락하리라 생각했죠. 우린 할일 다했는데요.』
신월파출소 측은 사건이 알려진 뒤 기자들이 확인하자「본서에 보고했다」는 거짓해명도 거침없이 했다.
『수사결과 타살혐의가 드러나야 보고 불이행을 문책할 것 아닙니까.』수사할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이는 신정경찰서관계자의 퉁명스러운 답변. 재수 없게 귀찮은 일에 걸려들었다는 기색이 너무도 역력했다.<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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