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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 재발 막으려 '원인 불명 집단 사망' 신고 의무화한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미숙아가 숨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미숙아가 숨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중앙포토]

앞으로 여러 환자가 원인 불명으로 집단 사망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달 미숙아 4명이 숨진 서울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중학교 입학생의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이 초등학생까지 확대된다.

복지부 등 5개 부처, 국민 안전·건강 계획 발표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전수조사선 큰 문제 없어 #집단 사망 발생 의료기관, 보건소에 반드시 신고 #의료기관 문제로 환자 위험하면 즉시 업무정지 #50만명 잠복 결핵 검진, 초등생 독감 무료 접종 #올 신학기부터 중학 입학생 예방접종 여부 확인 #돌봄 교실 통한 비만 예방, 절주 문화 보급 강화 #인체 접촉하는 의료기기 '발암' 프탈레이트 금지

 보건복지부는 23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러한 내용의 '국민안전ㆍ국민건강 확보' 업무계획을 국무총리에 보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ㆍ농림축산식품부ㆍ해양수산부ㆍ환경부 등 5개 부처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전반적인 국민 건강 향상 방안과 함께 이대목동병원 사고에 따른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 대책을 발표했다.

미숙아 사망 사고 후에 폐쇄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중앙포토]

미숙아 사망 사고 후에 폐쇄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중앙포토]

 정부가 지난달 18~28일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97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법적 시설ㆍ장비ㆍ인력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기준이 미흡한 1곳에는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큰 문제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앞으로 수술실ㆍ중환자실ㆍ신생아중환자실 등 감염에 취약한 시설은 연 1회 정기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사고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에 따라 환자 사망 보고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개선한다. 현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법정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만 의료기관에 신고 의무가 있다. 또한 원인 미상의 호흡기 질환은 역학조사를 요청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환자가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 증세로 집단 사망할 때는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무조건 신고하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이 준수사항을 어겨 환자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을 때 즉시 업무 정지시키는 의료법 개정도 함께 추진된다. 강도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집단 사망의 시간 기준과 환자 수 등 세부적인 규정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속의 신생아. [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속의 신생아. [중앙포토]

 신생아중환자실의 안전한 주사 처치, 의료기구 소독ㆍ멸균 방법 등을 담은 세부감염관리지침도 마련한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오염된 지질 영양주사를 맞은 미숙아들이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에 감염되면서 숨진 걸 고려한 것이다. 감염 관리와 필수 소모품 사용, 주사제 조제 등에 대한 보상은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강도태 실장은 "장기적인 의료 감염 종합대책과 세부 내용은 민ㆍ관 합동 태스크포스 논의, 현장 실태조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내에 마련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 [자료 보건복지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 [자료 보건복지부]

 이날 업무보고에선 감염병 대응 강화, 건강한 생활습관 지원 등의 정책 방향도 제시됐다. 복지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올해 의료기관ㆍ어린이집 종사자,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등 50만명에게 잠복 결핵 검진을 하기로 했다. 결핵 예방을 위한 BCG 백신은 2020년까지 국산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재 생후 6~59개월 영유아가 받는 독감 무료 접종은 10월부터 초등학생까지로 확대 적용된다. 내년 이후에는 중ㆍ고교생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초등학교 입학생에 대한 예방접종 확인 사업은 올 신학기부터 중학교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학교 입학생은 백일해ㆍ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자궁경부암 등을 예방하는 백신 2종(Tdap 또는 Td, HPV(여학생))을 주사했는지 확인받는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이들 백신이 의무 접종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미 접종자에게 접종을 안내ㆍ권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비만ㆍ음주 폐해를 막는 대책도 강화된다.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돌봄 교실을 활용한 건강 식생활ㆍ신체활동 실천 프로그램 보급이 활성화된다. 올해는 60개 지자체 1만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비만 감소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우수기업은 ‘건강 친화 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미디어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등 절주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커진다.

 식약처는 평소 많이 쓰이는 의료기기와 의약외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오는 6월부터 수혈 세트 등 인체에 접촉하는 의료기기에 발암 위험성이 큰 프탈레이트 성분을 쓰지 못 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수액 세트에만 사용이 제한되지만 규제가 보다 강화되는 것이다. 또한 여성용품을 안심하고 사용하도록 10월부터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한다. 4월에는 공산품으로 분류된 일회용 팬티 라이너를 위생용품으로 관리하게 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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