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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문화|"필수품" 미니카세트-"나만의 세계" 제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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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2일 오후5시 서울광화문의 K독서실.
휴대용 소형 스테레오카세트(일명·미니카세트, 흔히 일제상품명인 워크맨으로 통칭)에 연결된 헤드폰을 낀 채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된다. 신나는 음악이라도 듣고 있는지 발장단을 치며 눈길은 여전히 책상 위의 참고서에 두는 현혜숙양(17).『등·하교 길 시내버스 안에서, 그리고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는 거의 언제나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까 하루평균 너 댓 시간쯤은 음악을 듣는 셈이죠. 지금처럼 공부하기가 지루해지면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녹음해둔 테이프를 틀고요.』
중2때 오빠한테서 카세트를 물려받을 때는 카세트를 가진 친구들이 한 학급에 20명도 못 됐는데 요즘은 40명 가량이 갖고있다고.『주말 오후면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청소년들을 50∼60명쯤 볼 수 있다』는 여의도 자전거대여소 주인 오원상씨의 말처럼 놀 때도 카세트와 떨어지지 않는 청소년이 흔하다.「가족용」이라기보다는「개인용」이랄 수 있는 미니카세트는 현재 약3백50만대가 보급돼있어 전국 1천만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보급률은 35%.
요즘 시판되는 제품들이 빨강·노랑·분홍·파랑 등 점점 더 밝은 원색계통으로 변하면서 경쾌한 디자인에「마이마이」「요요」「아하」등 청소년들의 감각과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상품명 등은 그 수요자가 누구인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서울 종로1가 오디오전문점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황재철씨(36)는 최근 몇 년 동안『미니카세트는 중·고생들의 졸업·입학·생일선물론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특히 졸업·입학 철에는 외국어회화공부를 하라며 자녀에게 미니카세트를 사주는 부모가 많아서 그 판매량도 연중최고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학습용」으로 쓰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주로 「음악감상용」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게 전철에서 헤드폰을 낀 채 영어단어를 암기하고있던 이정호군(15)의 이야기다.
이 군은『하기야 음악을 듣더라도 차안의 소음이라든가 다른 가족들이 TV를 듣는 소리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는 꽤 도움이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는「학습용」이랄 수도 있겠지요』라며 웃는다.
한편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할 경우의 학습능률에 대한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청소년들은『그냥 공부만 하는 것보다 덜 지루하고 잠도 덜 온다』『그 밖의 잡음을 잊게되니까 오히려 정신집중이 더 잘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성인들, 특히 독서실 관계자들은 이와 정반대 의견이다.
심지어 개인용 미니카세트도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독서실도 상당수.
어쨌든 휴대하기 쉬운데다 남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찾는 청소년들의 감각과 갈 맞아떨어져 그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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