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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승민 IOC위원 "선수 대신해 목소리 낼 구조 강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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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IOC선수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122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122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회의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개·폐회식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이 확정됐다. 이 자리엔 한국 측 대표로 유승민(36) IOC 선수위원이 있었다.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인 그는 남북한과 IOC가 최종 합의할 때까지 IOC 위원으로서 회의에 함께 했다.

스위스 로잔 IOC회의 참석하고 온 #유승민 IOC 선수위원 단독 인터뷰 #"단일팀, 지금은 한 목소리로 응원할 때"

 IOC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유승민 위원을 22일 서울 여의도 국제스포츠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 의원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남북 올림픽 회의 분위기는 비교적 밝았다. 다만 여자 아이스하키 인원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양측이 신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선수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향후에 단일팀을 또 추진한다면 선수들 목소리가 반영되고, 충분한 논의 과정이 들어간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OC 회의 참석한 우리측 대표단   (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IOC 주재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한 우리측 대표단이 IOC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이기흥 대한올림픽위원장, 쟌 프랑코 캐스퍼 동계올림픽스포츠연합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1.20   cany9900@yna.co.kr/2018-01-20 19:19:3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OC 회의 참석한 우리측 대표단 (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IOC 주재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한 우리측 대표단이 IOC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이기흥 대한올림픽위원장, 쟌 프랑코 캐스퍼 동계올림픽스포츠연합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1.20 cany9900@yna.co.kr/2018-01-20 19:19:3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다음은 유승민 위원과 일문일답.=

로잔에서 돌아온 지 24시간도 안 됐다.

"회의하는 이틀 동안 빡빡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일정에 피곤했지만, 평창올림픽은 이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회의는 어떻게 진행됐나.

"이틀 동안(19~20일) 모두 세 차례 회의했다. 첫날(19일) 남북한 체육회와 IOC,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참석한 4자 실무회담을 2~3시간 진행했다. 이어서 첫날 저녁 추가회의를 하고, 다음날(20일) 2시간 여 동안 본회의를 거쳐서 최종 합의했다. 남북한 양측과 IOC 모두 회담 결과에 만족했다."

회담 과정에서 북측의 요구사항은 무엇이었나.

-"이미 판문점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 있어서, 본 회의는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 다만 아이스하키에 대해선 북측에서 막판까지 '많은 인원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 그 부분은 회의 도중 정회까지 할 만큼 신중한 분위기였다. 그 사이에 우리(남) 측에선 국내 아이스하키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인원수에 대해 조율을 했다. 그렇게 해서 북측과 경기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이 들어가는 거로 최종합의했다. 북측 요구 사항과 우리 측 절충안으로 정리됐다."=

쇼트트랙과 스키 종목에도 북한 선수들이 참가한다. 회담 분위기는 어땠나.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 대해선 IOC나 남북 양측이 모두 금방 동의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인원 문제만 막판까지 이견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날 실무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단일팀 전체 인원, 경기 인원 문제 때문에 이견을 좁히느라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아이스하키 외 다른 부분은 북측에서도 흔쾌히 우리 의견을 따르겠다고 해서 원활하게 진행됐다. 장웅 IOC 위원, 김일국 체육상 등 북측 인사들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IOC 회의 참석한 남북한 대표단   (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한 남북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째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웅 북한 IOC 위원, 쟌 프랑코 캐스퍼 동계올림픽스포츠연합회장,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2018.1.20   cany9900@yna.co.kr/2018-01-20 19:32:17/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OC 회의 참석한 남북한 대표단 (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한 남북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째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웅 북한 IOC 위원, 쟌 프랑코 캐스퍼 동계올림픽스포츠연합회장,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2018.1.20 cany9900@yna.co.kr/2018-01-20 19:32:17/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남북 공동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적극적이었다.

"바흐 위원장이 IOC에 오래 있다 보니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안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공동입장 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포츠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부분과, 공정성·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선에서 전 세계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해 그랬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나에게 개인적으로) '멋진 순간' 등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많이 보내왔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이 합의됐다. 그러나 선수들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은 단일팀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북한 선수단 참여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했다. 단 남북한 단일팀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단 걸 알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땐 서운하고 섭섭한 부분도 있다. 결성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 (IOC 선수위원회처럼) 선수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내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남북 체육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남북한 단일팀을 추진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텐데.

"남북한 간 긴장감 속에서도 올림픽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줄 거라고 생각한다. 단, 단일팀을 이루는 과정에서 선수 입장에선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지금 와선 번복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여러 종목에서 이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고, 선수들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진행 과정에서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 선수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선수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건 앞으로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122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122

단일팀으로 나설 여자 아이스하키에 대한 생각은.

"이젠 선수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만큼 경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낼 때다. 선수들도 이런 논란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시합에 집중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선수들 미래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걸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도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 선수촌장을 맡았다.

"공식 발표가 나기 며칠 전에 선수촌장 직을 제안받았다. 어깨가 무겁다. 올림픽 경험은 개인적으로 많지만, 겨울올림픽은 처음이다. 여러 가지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선수촌장은 단순히 자리에 앉아서 얼굴만 내비치는 그런 자리가 있다. 모든 국가의 선수, 임원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다. 그들이 먼저 다가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친밀감 있는 촌장이 되고 싶다."

평창올림픽이 17일 남았다. IOC 내에서 기대하는 바는.

"90여 개국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 겨울올림픽이다. 아프리카 국가나 필리핀 같은 겨울올림픽 불모지 국가에서도 참가한다.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그러나 북한에만 치중하지 않고, 모든 국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 올림픽은 전 세계 축제다. 전 세계 선수들이 평창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야 한다. IOC에서도 7년 전, 체육관 하나 없던 평창에 KTX가 생기고,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큰 기대를 한다. 전 세계가 평창을 주목한다. 이젠 우리 힘을 보여줄 때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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