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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위기의 海警 어디로…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현장 중심 체질로 다 뜯어고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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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전격 해체됐다. 출범 61년 만의일이었다. 해체된 해경은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편입되는 수모를 겪었다. 세월호 사건 직후 해경의 잘못된 초동 대응에 대한 해법으로 ‘해경 해체’라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의문의 목소리가 컸던 터라 대통령 탄핵 후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 대부분은 ‘해경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잘못된 부분은 고치되, 해양 사고에 대한 대응능력을 전문화하고 업그레이드해 제대로 된 해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해경 부활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그렇게해서 해경은 해체 2년8개월 만인 지난해 7월 26일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부활했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 때 첫 구조대 잠수인력 없어 시간 허비한 측면 있어… #전 해경 대원 스쿠버 자격 훈련, 구조 중심의 파출소로 탈바꿈하는 중

일반경찰 출신의 박경민(55) 당시 인천경찰청장이 부활한 해경의 첫 사령탑을 맡았다. 박 청장은 경찰대 1기 출신이다. 1985년 경위로 임용돼 경찰청 생활안전과장, 서울청 보안부장, 경찰청 대변인, 중앙경찰학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해경청장 자리는 해경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문 대통령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여파로 해경조직 내에는 청장을 맡을 후보자가 없었다. 박 청장 내정 직후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청장이 비록 ‘육경’ 출신이지만 세월호 사건 후속 조치로 대대적인 해경 개혁을 이끌수 있는 경험과 소통의 리더십 측면에서 적임자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하마평이 나왔다.

박 청장 취임과 함께 새 진용을 갖춘 해경은 ‘100일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해경 개혁과 조직 혁신을 위한 자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이런 해경의 노력에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9.77t)와 급유선(336t)이 충돌해 낚싯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낚싯배가 선착장을 출발한 지 불과 6분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낚싯배인 선창 1호에 타고 있던 22명 가운데15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만이 구조됐다. 2015년 일어난 낚싯배 ‘돌고래호’ 사고(15명 사망, 3명 구조) 이후 가장 큰 낚싯배 사고로 기록됐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조금씩 극복해 가며 새로운 해경의 기치를 내건 해경 입장에서는 뼈아픈사건이었다. “달라진 것이 없다”는 여론의 질타가 터져 나왔다. 해양 안전시스템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해경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다. 2017년에 이어 올해역시 부활한 해경에는 기회이자 위기의 연속일 것으로 보인다. 예측을 불허하는 바다 위의 각종 사건·사고 하나하나의처리 과정과 그 결과가 전부 해경 평가의 테이블 위에 올라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경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혁신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부활한 해경의 첫 수장인 박 청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는 어쩌면 세월호 사건 직후보다 더 무거울 수있다. 새롭게 태어난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일정 부분 다시 우려로 변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박 청장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2018년을 ‘해양경찰 혁신 원년의 해’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경찰을 처음부터 모두 뜯어고친다는 각오로임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을 맞고 있는해경은 과연 주변의 우려를 어떻게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월간중앙은 해경의 고민과 개혁의 청사진에 대한 궁금증을풀기 위해 1월 11일 박경민 청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정부세종청사 해경청장 집무실에서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만만하게 볼 바다가 아니더라”


지난해 7월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는데.
“취임 후 6개월 동안 배운다는 자세로 현장을 자주 다니며보고 듣고, 또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의전을 최소화하고 숙식도 출동 함정에서 일선 직원들과 함께하는 식으로 자주바다를 둘러봤다. 세월호 사건 후 새롭게 시작하는 조직을이끌어야 하는 데 따르는 책임감이 컸다.”

어떤 현장들을 둘러보았나?
“취임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서해 NLL 해역을 시작으로 시기별 해상 치안 수요를 감안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과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를 비롯한 동·서·남해 치안 현장을 두루 방문했다. 꽃게 성어기(9~11월) 전에 미리 중국어선 조업 실태를 확인하고 서해5도 주민들을 만났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상시 대응하는 연평·대청 특수진압대 및 경비함정의 근무 실태도 둘러보았다. 독도와 이어도 해역, 동해 대화퇴 해역도 방문했다. 주변국 해양 활동에따른 우리 경비함정의 경비 실태와 우리 어선의 조업 실태에따른 보호 방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는 현장 점검이었다.앞으로도 일반 행정 업무는 차장에게 위임하고 나는 주로 현장에 다니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생각이다.”

육경 출신 해경 수장으로서 본 ‘바다’는 어떤 느낌이던가?
“몇 달간의 현장 방문만으로는 바다를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바다는 넓기도 하지만 정말 변화무쌍한 현장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기회였다. 치안활동 영역이 육지의 네 배가 넘는다. 육지에서는 사건이 나면 현장 상황 파악이 즉각 된다.반면 바다에서는 현장 상황 파악이 쉽지 않고 그만큼 즉각적판단에 따른 조치도 어렵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숱한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해경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없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해양 환경은 그리 만만하게 볼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이 ‘해경 출신이 해경청장이 되는 것이 맞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해경의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하신 것으로 안다. 취임 후 대통령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더라. 내가 취임할 당시에는 해경 내부 여건상청장 자리를 맡을 마땅한 인사가 없었고 결국 일반경찰 출신인 내가 중책을 맡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외부에서온 만큼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해경을 만들라는 주문도 있다는 생각이다.”

치안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육지와 바다라는 현장의 차이가 클 것 같다. 
“사실 일반인들은 ‘큰 바다’를 접해볼 기회가 별로 없다. 며칠 전 전 해상에 풍랑 경보가 발령됐을 때 제주도 남서방 70해리 부근에서 전복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다. 아무리 가까이 있는 함정이라고 해도 그런 기상 상태에서는 현장에 접근하는 데만 3~4시간이 걸리더라. 실종자 수색도 생각만큼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는 곳이 바다 현장이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선을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민은 그렇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해경 조직 전체 마인드를 국민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취임 직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함정을 타고 바다에 자주 나가는것으로 알고 있다. 뱃멀미를 하지는 않나?
“솔직히 처음에는 뱃멀미 걱정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해경 수장으로서 직원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않겠나?(웃음) 동해와 서해 바다가 완전히 다르다. 동해 쪽은 수심이 수백m가 넘는 큰 바다여서 롤링이 서해에 비해더 심하고 그만큼 더 견디기 힘들더라. 해경에 오기 전에는잔잔한 바다만 접해봐서 현장을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거친 바다에서 조업하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우리 직원들 역시 얼마나 어려운 여건에서 구조작전을 하는지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해경을 확 바꾸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신년사를 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취임 때부터 강조했던 것이 ‘국민의 눈높이’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혁신 100일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드웨어 부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경 전체 직원들의 마인드를 국민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파출소 현장 대응능력 키워야”

‘국민의 눈높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현장에서 구조대원의 걸음걸이 하나 같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국민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구조대 입장에서는 무거운 장비를 든 만큼 천천히 이동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급한데 왜 뛰어가지 않느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비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여기지 말자는 것이다. 모든사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경의 변화는 결국 세월호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잘 새기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나?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의 잘못된 대응과 앞으로 바꿔야 할부분 등을 계속 복기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세월호 백서를 준비 중이다. 외부에서는 해경 스스로 제대로 된 백서를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을 것으로 안다. 또 처음에는 우리 내부에서도 다소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들여다볼 때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이 난 4월 16일에 맞춰 백서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백서 내용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기로 했다. 올 9월 10일 해양경찰의 날 백서를 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인천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는 조직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해경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해경은 침몰한 선창 1호 실종자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3일 인천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는 조직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해경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해경은 침몰한 선창 1호 실종자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초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사건은 개혁을 추진하는 해경으로서는 뼈아픈 사고였다. 여전히 빠른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맨 처음 도착한 구조대에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전문 잠수인력이 없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해경이 출동했으면 바다에즉각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경이 최소한 그 정도는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국민은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에서 출발한 구조보트에 3명이 승선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당시 이 보트에는수중 수색을 할 수 있는 잠수인력이 없어 잠수 구조가 즉각 이뤄지지 못한 채 표류자 구조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이후 평택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후에 수중 수색이 가능한상황이 됐다.”

현장에서 가까운 일선 파출소의 구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골든타임 확보 차원에서도 유사시 일선 파출소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현재 전국 95개 파출소 중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 구조거점 파출소 12개소를 선정해 잠수 구조가 가능한 요원과 장비를 배치하는 일이 진행 중이다.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건 때도 만약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그런 기능이 갖춰져 있었다면 초동 조치가 더 빨랐을 수 있다. 파출소의 기능을 철저하게 구조 안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과제로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해경 조직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은 그동안 파출소에 잠수인력이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낚싯배 사고를 계기로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사고 대응능력을 갖추도록 바꿔야 국민이 생각하는 부분과의 괴리와 간극이 해소될 수 있다.”사건 신고 접수 후 즉각 출동이 안 돼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이번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건의 경우 영흥파출소 구조보트가 계류돼 있는 진두항은 해경 전용 계류시설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계류 중이던 어선들을 이동한 후에야 출동할 수 있었다. 현장마다 출동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문제는 유사시를 대비해 평소 이런 방해 요소를 어떻게 최대한 줄일지 고민하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었다. 적절한 구조 장비, 이동 수단인 구조보트의 상태도 평상시 점검이 잘 이뤄져야 한다. 진두항 같은 곳은 계류시설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부족한 잠수인력 충원이 시급한 과제”

바다 위 골든타임의 개념은 어떻게 되나?
“육지와 달리 바다는 골든타임의 개념이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나라 연안 해역 해수 온도중 1~2월에 최저 지역인 인천 해역의 월평균 수온은 대략 2도 안팎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45분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연안은 30분, 먼바다는 이동시간을 감안해 1시간을 현장 도착 목표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해수 온도가 10~15도까지 상승하면 최장 6시간 가까이 생존도 가능하다. 골든타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존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현장에 접근해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시스템을 평소 갖춰야 한다. 관서별로 조금씩 현장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출동시간 목표제를 정해 사건 접수 후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구조대가 출동하고, 또 사고 현장에 목표 시간 내에 도달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숙달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 몇 차례의 해상사고를 겪으면서 해경 인력이나 구조 장비에대한 보완 문제도 제기됐다.
“해경 내부에서뿐 아니라 정부 각 기관에서도 해경의 구조인력, 장비 보완 문제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많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대형·특수 해상사고에 대비해 현재 부산·목포·동해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설치돼 있다. 그동안 해경은 다른 지역에도 특수구조단이 빨리 생겨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왔는데 2019년까지 추가로 인천과 제주에 특수구조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력 증원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해경 3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실제로 5개년 국정계획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해경 전체가 1만 명 정도니 30% 정도 인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해양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으면 이렇게 큰 인력 증원을 계획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이에 대한 1차연도 사업으로 672명을 늘리는 예산 편성을 했는데 일부정치권에서 공무원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이해하고 이를 반대하면서 다소 축소된 536명으로 결정된 바 있다. 해경 구조 인력의 부족 등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구조인력 중 특히 잠수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잠수인력 확충 문제는 시급한 부분이다. 일단 해경에 새로충원되는 인력은 기본 잠수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기존 인력들도 스쿠버 자격증 교육을 통해 유사시 구조 잠수를 할수 있는 수준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해군 SSU(해난구조대) 출신 등을 앞으로도 많이 충원할 계획이다. 잠수인력을 현장까지 신속히 보내는 수단을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야간에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효율적으로대응하기 위해서는 큰 바다에서 필요한 고성능 레이더보다는 야간 악천후에도 구조대가 현장 출동을 할 수 있는 야간전용 레이더가 장착된 고속 단정이 필요하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예산이 적지 않게 드는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양경찰로서의 수중 구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 대원을 대상으로 스쿠버 자격증 교육이 진행 중이다. 박경민 청장 이하 해경 지휘부도 예외는 아니다. 스쿠버 실내 실습을 받고 있는 해경 지휘부.

해양경찰로서의 수중 구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 대원을 대상으로 스쿠버 자격증 교육이 진행 중이다. 박경민 청장 이하 해경 지휘부도 예외는 아니다. 스쿠버 실내 실습을 받고 있는 해경 지휘부.


최근 해경 지휘부까지 잠수훈련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던데.
“잠수능력이라는 것이 평소 해경으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수중 구조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쿠버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경찰관 중 기량이 우수한 경찰관들은 추가적인 전문 교육훈련을 해 구조대나 구조거점 파출소에서 전문 구조대원으로 근무하게 할 계획이다. 나 역시 수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수중 구조의 어려움을 느끼기 위해 스쿠버 자격증 취득 교육에 참가하고 있다. 지휘부에 해당하는간부들도 마찬가지다. 해경 지휘부 중 스쿠버 자격증이 있는인원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더라. 총경급 인원을 두 개 조로나눠서 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해보니 대부분의 참가자가 교육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추운 겨울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교육기간 중 잠수복을 착용하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는 체험도 해볼 예정이다. 수장인 나부터현장의 어려움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나부터 솔선하는 것이 해경 개혁과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부활한 해경조직의 수장이 된 박경민 청장은 직원들에게 ‘국민과의 눈높이 맞추기’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육경 출신의 박 청장은 내부 소통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해경 수색구조과 직원들과 신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박 청장.

부활한 해경조직의 수장이 된 박경민 청장은 직원들에게 ‘국민과의 눈높이 맞추기’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육경 출신의 박 청장은 내부 소통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해경 수색구조과 직원들과 신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박 청장.

해경 개혁의 일환으로 ‘현장 경험’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 같다.
“수뇌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현장을잘 알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장 임무를 안 해도 되는 (내근) 부서만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구조대 지휘관으로 가면 현장 대응이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나.”해경 지휘부 중 경비함정 근무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지적도 나오지 않았나?“나는 취임 후 간부들의 함정 근무 경험은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해경은 정책부서가 아니고 집행부서다. 국·과장급 간부들을 가급적 현장에 많이 내보내려고 한다. 함정 근무를경험해봐야 현장 대응능력이 길러지지 않겠나.”

낚시 레저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사고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대책이 있을까?
“낚시 어선 이용객이 2014년에 246만 명이었는데 2년 후인2016년에는 342만 명으로 대략 100만 명가량 늘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 12월 영흥도 낚싯배 사건 전까지는 낚싯배 관련사건은 사망이나 실종자 없는 단순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낚시 레저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인명 관련 중대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13인승 이상의 낚싯배의 경우 사실상 여객선처럼 다중 이용 선박인데도 어선 기준이 적용돼 안전 관리에 대한 제도적 수준이 미흡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객 정원 축소,선원 정원 확대, 선박 검사주기 단축 등 보다 강화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해수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해양레저를 즐기는 개개인이 안전 문제를 좀 더 신경 써야 할 필요도 있다.”

“외교 마찰? 해경이 걱정할 영역 아니다”

해양 안전사고 못지않게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 정부 허가를 받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중국어선은 현재 1500척(2017년 기준으로는1540척) 정도다. 서해 NLL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모두 무허가 어선이다. 하루 평균 20여 척이 NLL을 따라 우리 함정의 단속을 피해 조업하고 있다. 또 EEZ에서는 야간이나 기상 악화 등 단속이 어려운 시기를 틈타 우리 해역을무단 침범해 불법 조업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알려진 대로 다수의 중국어선은 치어까지 남획하고 있어 우리해양 생태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수산자원 손실만 해도 연간 10만~65만t으로 추정된다.”

대책이 있나?
“해경은 현재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을 중심으로 강력한 단속활동을 하고 있다. 연평·대청도에 특수기동대가 상주하고,꽃게 성어기에 경비함정을 증가 배치해 NLL 해역에서 상시불법 조업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EEZ에서는 유관기관과 합동단속, 지방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대형함정 두 척으로 구성된 기동단대를 운영해 불법 조업을차단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증가하면 해경청 주관으로 기동전단(대형함정 4척)을 운영하는 등 더 강력하게단속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자체 해경선을 배치하고 자국 어민 교육 강화 노력을 하고 있어 NLL 해역에서중국어선 조업 척수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과정에서도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현장 상황이 험악할 때가 많지 않나?
“무허가 중국어선들이 30~50척씩 떼로 몰려다닐 때가 있다.우리 해경이 단속 작전에 들어가면 선명을 가린 상태에서 우리 요원이 배에 올라타지 못하게 쇠창살 같은 것을 배에 설치하고 각종 장비로 위협을 하며 저항할 때가 종종 있다. 나포된 다른 어선을 구출하기 위해 고의 충돌을 시도하기도한다. 우리 해경은 가급적 공용화기 사용을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도를 넘는 공격 행위가 계속되면 강력하고 엄정하게 단속할 수밖에 없다.”

강력하게 단속하다 보면 중국과의 외교 마찰 문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텐데.
“단속 과정에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할 일이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 마찰을 풀어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또 다른 영역에서 해야 할 일 아니겠나? 해경의 제1 임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의 해양영토 주권을 확고히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해양주권 문제인 독도나 이어도 경비 임무도 해경으로서는 소홀히 할 부분이 아닌데.
“2017년에만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 주변에 3~4일간격으로 총 80회 정도 출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국 관공선도 이어도 주변 해역을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다. 해경은 독도 영해 및 이어도 종합기지 침범 등 우발사태에 대비해 해당 해역에 경비함정을 상시 배치 중이다. 주기적으로항공 순찰도 실시하는 등 해·공 입체 감시 경비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더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울릉도 사동항에 해경 전용부두를 건설 중이고, 2020년까지대형함정인 3000t급 경비함정 1척을 만들어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해경의 개혁 청사진을 밝혀 달라.
“해경은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3년간 해양재난 대응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나름 노력해왔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고백한다.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사고하는 등 근본적 체질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올해를 해경혁신 원년의 해로 정한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과거의 관성과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고통을 감내한다’는 뜻 아닌가.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민이신뢰할 수 있는 해경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 모든 역량을다 쏟겠다.”

글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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