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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家-검찰의 10년 악연… 첫 수사 담당자는 문무일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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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3번 압수수색, 2대 걸친 수사…효성가-검찰 10년 악연

100억원대 배임 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억원대 배임 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위기 몰린 조현준 효성 회장

10년 째 가문을 향한 검찰 수사에 피로감을 느낀 탓일까. 조현준(50) 효성 회장은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집안 문제로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의 고소로 시작된 이번 비자금 사건 수사를 ‘기업 비리’가 아닌 ‘집안 문제’로 국한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대째 오너 사법처리 위기 몰려 #문무일ㆍ윤대진 등 수사 지휘 경험 #문재인 정부 첫 대기업 총수 소환 #측근 통해 160억원 횡령ㆍ배임 혐의

이날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ㆍ배임)로 조 회장을 소환했다. 조 회장 개인적으로는 2013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것이다.

효성은 2008년 비자금 사건 이후 지난 10년간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기업이다. 서울 공덕동 본사는 지난 4년간 세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고, 아버지인 조석래(83) 명예회장에 이어 아들인 조 회장까지 오너 일가가 동시에 사법처리됐던 기업도 효성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인 까닭에 효성은 ‘비자금 의혹(2008년)’ ‘분식회계(2013년)’ 등 검찰 수사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피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기업 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게 된 곳은 효성이 처음이다. 효성 수사 기록을 살펴보면 현재 검찰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검사들의 이름도 함께 나온다. 2008년 첫 번째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한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다.  2013년 수사는 윤대진 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가 주도했다.

문무일ㆍ윤대진 등 현 검찰 간부가 수사 경험 

2007년 국가청렴위원회에 효성물산 일본 법인이 수입 부품의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200~300억 원을 횡령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가 접수됐고, 검찰은 6개월 가까이 수사를 벌였다. 그렇지만 문 총장은 효성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발령 났다. 당시 검찰은 “임원진의 개입이 있었을 뿐 조석래 당시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 효성건설 대표 송모씨 등 전직 임원 2명이 회삿돈 77억원을 빼돌린 사실은 드러났다.

5년 뒤인 2013년 12월 조 명예회장은 배임ㆍ횡령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린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윤대진 현 1차장은 조 명예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과 효성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넘겨받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고령ㆍ건강상태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만은 면했다. 당시 조현준 회장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오너 일가가 기소됐지만 검찰과 효성가 사이의 악연은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이번 수사 역시 2014년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의 형을 수백억원대 횡령ㆍ배임으로 고소ㆍ고발한 데에서부터 비롯됐다.

그렇지만 4년 가까이 수사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논란도 커졌다. 심지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이 사건 변론에 개입해 검찰 수사를 지연시켰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0~2015년 측근 홍모씨의 유령회사를 효성그룹 건설사업 자재 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주는 방식으로 160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회장은 계열사 ‘갤럭시아 포토닉스’에 배우 등 4명을 ‘촉탁 사원’ 형식으로 허위 채용해 급여를 지급한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년간 세차례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중앙포토]

지난 4년간 세차례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중앙포토]

"이제 송사 좀 마쳤으면…."

효성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끝으로 검찰 조사를 비롯한 각종 송사에 마침표를 찍길 고대한다. 한 효성 임원은 “신소재 개발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검찰 조사와 앞으로 있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효성은 신사업 개척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도 나서는 등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한창이다. ㈜효성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마침 주회사와 4개의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마침 조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17일은 지난해 1월 16일 조현준 회장이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취임한 지 ‘1년+1일’째 되는 날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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