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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하늘과 땅과 싸워도 관료와는 싸우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2018.01.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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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이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았다.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는’ 백성을 절대 빈곤에서 구하기 시작한 지 40년 됐다는 이야기다. 중국 정부는 “두 손으로 잡되 모두 꽉 잡아야 한다. 한 손은 정신 문명을, 다른 한 손은 물질 문명”이라며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를 추진했다. 그 결과가 G2 국가로의 부상이다. 이면엔 상(商)나라 후손답게 중국인 특유의 상업 DNA가 활발하게 작동했다. 그 DNA를 열 가지로 정리해 본다.

올해 개혁·개방 40주년 맞은 중국
상나라 후손다운 상업 DNA 만발

특권 이용한 사업 특히 선호하고
사람 소개 시엔 반드시 대가 지불

머리 좋은 사기꾼 항상 경계하며
동업자 간에도 이익 챙기기 경쟁

먼저 네트워킹 방식이다. 중국인은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사람의 학력과 재력 외 그 집안의 유명 인사 등 알만한 모든 사람을 동원한다. 이는 자신이 이 사람을 소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믿을 만하다고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중국인은 인적 연결고리를 만든다.

두 번째는 사람을 소개 받을 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전이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줘야 하며 대부분 선불이다.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돈을 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즉 처음 보는 사람을 불러내 소개해주는 게 1단계라면 서로 교류를 하며 부탁할 수 있는 경우가 2단계, 돈이나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은 3단계 관계다. 이 정도 신뢰가 쌓여 있어야 사람을 소개도 받고 일 또한 같이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중국인의 투자 결정 요인이다. 중국 사람들은 최종 이익이 얼마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사업의 위험 요소를 함께 판단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적게 투자하고 많이 버는 사업을 선호한다. 또 시장경쟁을 통하는 경우보다 특권을 이용해 이익을 보는 사업을 좋아한다. 상품의 매점매석, 부동산, 혹은 금융상품에 중국인 투자가 쏠리는 이유다. 세계 도박장에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은지를 떠올리면 중국인의 사업 스타일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동업 시에도 중국인은 자기 이익 취하기에 열중이란 점이다. 이익을 나누는 경우라도 자신의 통장을 이용해 한 푼 이자라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동업자 사이에서도 공정함보다는 이익을 더 갖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다섯 번째는 우리들만의 사업이란 점을 강조한다. 함께 하는 사업이 합법적이든 사기극이든 중국인들은 이 사업은 우리들만 안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여기엔 우리들의 이익이 우선돼야 하며 다른 사람들은 끼어주지 않겠다는 배타성이 내포돼 있다. 중국의 패거리 문화인 방파문화(幇派文化)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섯 번째는 중국인의 협상 전략이다. 중국인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목표치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나온다. 또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할 것인가의 전략 또한 철저하게 준비한다.

상대방을 융숭하게 대접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하대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하기도 한다. 융숭한 접대가 이뤄지는 건 상대방이 강할 때다. 반면 하대하는 경우는 상대방이 약하므로 우선 그 기를 꺾어 주눅들게 한 뒤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곱 번째는 중국인으로부터 생각 이상의 이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 파트너와 사이가 좋기에 그가 당신에게 이익을 많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중국인 친구가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 그의 입장에서 그에 합당한 가치만을 당신에게 제공하지, 자신의 이익까지 쪼개 당신에게 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여덟 번째는 중국에서 신용을 지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점이다. 중국인은 머리 좋은 사람도 많지만 사기성 있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해 늘 사기 당하는 경우를 조심한다. 같이 식사를 자주 해도 같이 사업을 하는 파트너로 쉽게 바뀌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사업 상담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와 바로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인은 자신이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이에 대한 증명, 그리고 그의 재력과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 같이 사업을 할 수 있는가를 따진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정부와의 관계가 필수적인 것이라 중국인들은 관료와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중국인에게 있어 신의(信義)가 친구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면 신용(信用)은 사업자와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아홉 번째는 중국인들은 돈을 벌면 무엇을 할까의 문제다. 그들은 돈을 벌면 우선 부모에게 좋은 생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를 쓴다. 농촌에 있는 부모를 위해 집을 수선하고 또 부모와 가까운 마을 어른들을 위해 잔치를 연다.

중국에서 돈을 벌고 출세하면 친가는 물론 아내의 집안 모두 성공한 남자가 맡아야 하는 집안 업무가 된다. 그 다음은 자식을 위한 교육에의 투자다. 이 부분에서도 아내 입장을 따르는 게 일반 중국 가정의 특성이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돌보는 일이 끝나면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한 사회 활동으로 체면을 세우는 일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크고 유명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큰 차를 사고 집을 호화롭게 꾸미는 일이 생긴다. 이는 중국인들의 일부 생활 방식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중국인의 돈은 누가 물려받나. 개인적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한데 일반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헌신적으로 도와준 가족과 사업 공신들에게 이익을 나눠 준다. 피는 물보다 진해 자식에게 가는 몫이 제일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자신의 사업을 도와준 조력자를 챙기는 걸 잊지 않는다.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중국에선 수많은 기업이 명멸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사회 환경으로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계획 아래 수 많은 사영 기업가가 탄생하고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일당제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이들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에선 “하늘과 싸우고 땅과 싸워도 관료와는 절대로 싸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은 흔히 상인종(商人種)의 나라로 불린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된다.

◆김진호
홍콩 유학을 거쳐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과 홍콩, 중국 등 양안삼지(兩岸三地) 모두에서 무역 및 기업 근무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단국대에서 중국정치경제와 동북아국제관계를 강의하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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