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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국내 첫 전통시장 내 영화관 '영천 별빛영화관'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아들! 어서 영화 보러 가자~"

경북 영천공설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영화관 #지난해 10월 개관…80일만에 1만관객 돌파 #최신 개봉작을 대형 멀티플렉스 절반 가격에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 문외동에 사는 김숙정(43·여)씨는 오랜만에 아들(11)과 영화관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새로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기에 관심이 생기면서다. 방학을 맞은 아들도 기분 좋게 엄마를 따라나섰다.

집을 나서는 김씨의 손에 들려 있는 장바구니가 눈에 띄었다.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이 챙긴 준비물 치고는 낯선 물건이다. 김씨가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향한 곳도 번화가가 아닌 영천공설시장. 영천공설시장은 날짜 끝자리가 2·7일인 날마다 장이 서는 60년 전통의 오일장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도저히 영화관이 있을 법한 장소가 아니다.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 내 위치한 별빛영화관 입구. 영천=김정석기자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 내 위치한 별빛영화관 입구. 영천=김정석기자

시장 내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운 김씨는 주차장과 연결돼 있는 한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건물 입구엔 '별빛영화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신과 함께'를 비롯해 '1987', '쥬만지', '강철비' 등 최신 개봉작 포스터들이 나란히 내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매표소에서 영화 티켓 2장을 산 김씨는 영화 시작 시간이 30분 정도 남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장을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반찬에 쓸 채소와 고기를 산 김씨는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와 영화를 봤다.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 내 위치한 별빛영화관 입구에 최신 개봉작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 내 위치한 별빛영화관 입구에 최신 개봉작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이곳은 지난해 10월 12일 문을 연 '별빛영화관'이다. 국내 최초로 전통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영화관이다. 영화도 보고 장도 보는 일이 가능하다. 영화관 안엔 전통시장 손님들을 위해 장바구니를 맡길 수 있는 보관함도 마련돼 있다.

영천시가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별빛영화관은 230.4㎡ 크기 건물에 76석(장애인석 1석) 규모의 1개관을 갖췄다. 팝콘이나 음료를 파는 매점도 있다. 최신 개봉작을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절반 가격에 볼 수 있다. 일반영화는 5000원, 3D 입체 영화는 8000원이다. 하루 6개 작품을 상영한다.

별빛영화관 안에는 팝콘과 음료 등을 판매하는 매점도 갖춰져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별빛영화관 안에는 팝콘과 음료 등을 판매하는 매점도 갖춰져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이새별(21·여)씨는 "영천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어 최신 개봉작을 보려면 대구나 포항으로 가야 했는데 별빛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개관 80여일 만에 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영천시와 별빛영화관은 이날 1만 관객 돌파 축하 이벤트를 열고 1만 번째 관람객인 정향순씨에게 꽃다발과 영화 관람권,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연말연시 연휴 기간에는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15일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수는 1만3000명 정도다.

지난 4일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1만번째 관객인 정향순씨(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김영석 영천시장(정향순씨 왼쪽)을 비롯한 다른 관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지난 4일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1만번째 관객인 정향순씨(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김영석 영천시장(정향순씨 왼쪽)을 비롯한 다른 관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장영준 별빛영화관 관장은 "영화관을 처음 조성했을 때만 해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 전통시장 내 영화관을 찾아올까' 등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찾는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별빛영화관은 앞으로 전통시장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장 관장은 "장날마다 다채로운 이벤트를 열거나 영천공설시장을 이용한 손님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며 "영천공설시장 상인회, 영천시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했다.

별빛영화관 상영관 내부 전경. 76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별빛영화관 상영관 내부 전경. 76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영천=김정석기자

김영석 영천시장은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은 전통시장과 영화관을 연계한 국내 첫 사례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별빛영화관 상영작과 상영예정작은 홈페이지(https://yc.scinem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영화 예약도 가능하다.

영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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