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년의 북한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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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 정권은 태어나기 전부터 「남반부 해방」을 외쳐왔다.
이 남반부 해방은 김성성 정권의 창립 이념이자 목표였다.
이를 실현키 위해 김일성은 「스탈린」의 「1국 사회주의론」을 본뜬 「북조선 기지론」을 내걸었다.
이 기지론은 먼저 북한을 공산화하여 이것을 혁명기지로 삼아 남한을 「해방」시킨다는 주장이다. 공산주의자들의 해방은 곧 「공산화」를 의미한다.
이처렴 북한은 안으로는 「혁명」을 외치면서 북한주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밖으로는 「해방」을 외치면서 대남 도발을 일삼아 왔다. 6·25를 포함하여 모든 대남 침투사건은 그런 뿌리에서 돋아난 현상들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 동포들은 「해방자」를 자처해온 평양의 집권자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지난 10월 배한을 탈출하여 만주·중국·필리핀을 거쳐 남한으로 망명한 평양 청년들의 탈출은 그런 몸부림 가운데 드물게 행운을 잡은 성공사례다.
이들은 당초부터 남한을 목표로 탈출을 계획하고 결행했다. 그 동기는 평양정권이 만들어 놓은 「속박」과 「빈곤」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키 위한 것이었다.
그들이 우리 보도진앞에 털어놓은 제1성은 속박과 빈곤으로부터의 「자유」였다. 북한의 극심한 생활고와 혹독한 압제에 못이겨 탈출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 「자유에의 의지」가 그들로 하여금 10월하순의 차가운 두만강 물을 헤엄치게 했고 중국의 우리교포들 집을 찾아 걸식하면서 5개월 동안 걸어서 중원을 남행케 했다.
2차대전 이후의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싸움으로 일관돼 왔다. 분단된 우리도 남북으로 갈려 이 체제경쟁에 참여해 왔다.이번 두 청년의 탈출은 경쟁의 승패를 가름해 주는 또 하나의 판정이다.
현대사회에서 경쟁은 무력으로 결정될 순 없다. 그것은 다수 국민을 상대로한 복지경쟁이어야 한다. 복지의 내용은 말할것도 없이 정신적인 자유와 물질적인 풍요다.
따라서 체제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민주화를 통한 자유의 확대와 경제건설을 통한 부의 축적이다. 특히 부는 아무리 크더라도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않으면 복지의 수단이 될 수 없다. 결국 체제경쟁의 최종목표는 자유와 풍요를 통한 평등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새로운 자세를 가다 듬어야 한다. 더구나 시대의 변화는 과거처럼 주민을 통제하고 체제를 폐쇄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북한 동포들은 남한의 소식을 어느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이제는 주민을 억압하고 군비를 강화한다고 해서 「남조선 해방」이 이뤄질 수는 없다. 다수 국민에게 흡족한 물자와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한 어느체제도 존속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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