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조심히 버려주세요" 환경미화원 자녀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사진 연합뉴스, 트위터 캡처]

[사진 연합뉴스, 트위터 캡처]

"다들 쓰레기 버릴 때 유리조각 조심히 버렸으면 좋겠어요. 저희 아버지 환경미화원이신데 자주 응급실 가서 꿰맵니다. 세상 사람들이 제발 쓰레기 잘 버렸음 좋겠어요"

지난 달 한 네티즌의 호소가 화제였다. 무심결에 버리는 쓰레기가 환경미화원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 시켰기 때문이다.

이 네티즌은 또, "일본에선 대낮에 이뤄지는 일들이 한국에선 늦은밤-새벽에 이뤄지고 있어 사고 또한 많습니다 저희 아빠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쓰레기 냄새 때문에 식당,대중교통 등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합니다"라며 밤에 이뤄지는 쓰레기 처리 작업이 갖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실제로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14일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거운 쓰레기를 옮기다가 골절상을 입는 등 업무 중 사고로 다친 환경미화원이 1958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골절(추락, 교통사고)과 심혈관 등 상해, 질식 등으로 숨져 산재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환경미화원도 34명으로 집계됐다. 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각종 교통사고도 잦다. 쓰레기를 거둬들이다가 녹슨 못에 찔려 파상풍에 걸리거나 세균성 악취로 인한 감염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당장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도로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A(48)씨는 인근 공사장에서 느닷없이 날아온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다. 2016년 11월 16일에는 광주의 한 도로에서 환경미화원 B(59)씨가 쓰레기수거차에서 잠시 도로에 내린 사이 후진하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15년에는 40대 환경미화원이 새벽 근무 중 깨진 액자를 치우다 녹슨 못에 손목이 찔려 3일 뒤 파상풍으로 숨졌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다 분리수거함 안에서 깨진 유리조각에 팔꿈치가 찔리거나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플라스틱 파편이 눈에 튀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을 개선하는 환경미화원은 정작 이런 환경에 처해있지만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이들의 안전은 무시되고 있다. 관련 법이 아직까지 미비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생활쓰레기 처리업무 및 관련 행정처리 권한을 모두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지자체의 계약단가에 따라 안전장비도 천차만별이고 관리감독도 부실하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