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청원 17만건에 고심 깊어가는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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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4일 17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한 공식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0만명이 넘으면 국민소통수석실이 판단해서 정책실에 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등 20만명을 넘은 4건에 답변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박상기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검토”발언(11일)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청와대는 향후 입장 표명의 수위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특히 암호화폐 열풍을 주도하는 20~30대가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란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완만한 속도로 거품을 빼야지 자칫 서두르다 급격히 시장이 붕괴해버리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스란히 정부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청와대는 겉으론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 될 것”(11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규제에 무게를 싣고 투자자들의 반발과 시장의 충격을 줄일 연착륙 방안을 모색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는 탈법ㆍ투기에 중점을 두고 보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는 기술 발전 측면에서 생각이 달라 ‘무 베듯이 일거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가상화폐 대책을 숙고하고 있지만 지난달 28일 발표된 가상화폐 투기 근절 특별대책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방안에 정부나 청와대 차원의 이견은 없는 만큼 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서 대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발표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방침을 포함해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제 시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래소 직권조사 확대 방침 등이 포함됐다. 또 규제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 통과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야권이 강력 반발할 내용은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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