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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깻잎 팔아 500억 매출… ‘금산=인삼’ 옛말, 이제는 ‘깻잎’

중앙일보

입력

9일 오후 3시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마을 들판이 온통 비닐하우스로 가득했다. 금산의 대표작물인 깻잎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다. 영하 5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에도 비닐하우스는 영상 10도를 유지했다.

금산 깻잎 2년 연속 500억원 판매… 밀양 제치고 전국 1위 #큰 일교차 조직 단단하고 색감 좋아… 향도 뛰어난 게 특징 #365일 수확 가능… 억대 소득 올리는 농가도 늘어나는 추세

깻잎은 영상 5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육이 부진해 수확에 차질을 빚게 된다. 농민들은 기온이 더 떨어지는 밤이 되면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 온도를 지켜낸다. 이중 구조인 안쪽 비닐하우스 겉면에 지하수를 뿌리면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비닐하우스에서 근로자들이 깻잎을 따고 있다. 신진호 기자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비닐하우스에서 근로자들이 깻잎을 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 마을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는 영상 10~12도 정도라 이 물을 비닐하우스에 뿌리면 별도의 난방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요광리 주민들은 “깻잎을 재배하는 데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마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찾아간 요광리 김은자(49·여)씨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이 깻잎을 따고 있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20장씩 깻잎을 담아 바로바로 포장했다. 작업은 매일 이뤄진다. 하루라도 깻잎을 따지 않으면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출하하는 깻잎은 12~14㎝ 크기만 담는다.

9일 금산 추부면 요광리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로타나씨가 깻잎을 따고 있다. 신진호 기자

9일 금산 추부면 요광리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로타나씨가 깻잎을 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캄보디아에서 온 로타나(25·여)씨는 “한국에 온 지 2년 5개월 됐다. 힘들지만 겨울에도 돈을 벌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비닐하우스 옆 조립식 건물 안에서는 김은자씨와 근로자 3명이 비닐봉지에 담긴 깻잎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혹시나 잘못된 게 있을까 우려해서다. 김씨는 비닐하우스 10개 동(1만1550㎡)에서 깻잎을 재배하고 있다.

9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한 농가에서 수확한 깻잎을 분류해 상자에 담고 있다. 신진호 기자

9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한 농가에서 수확한 깻잎을 분류해 상자에 담고 있다. 신진호 기자

그는 “추부깻잎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가기 때문에 유통센터로 보내기 전에 꼼꼼하게 확인한다”며 “여기 깻잎은 조직이 단단하고 색감도 뛰어난 데다 향도 좋아 인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농가에서 수확한 깻잎은 대부분 농협 유통센터로 옮겨진다. 농가는 생산, 농협은 판매만 하는 분업구조다. 농협 유통센터에서 선별작업과 박스 포장작업을 거친 깻잎은 전국 대형마트와 서울과 대전·광주·청주지역 도매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지난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에서 전문검품사가 인근 농가에서 가져온 깻잎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에서 전문검품사가 인근 농가에서 가져온 깻잎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해 292억원의 매출을 올린 만인산농협은 주문량이 밀려 설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센터를 운영한다.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 새로운 유통센터를 짓기도 했다.

만인산농협 박기범 산지유통센터장은 “깻잎은 상추보다 재배에 난도가 있는 작물이지만 금산에서는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라기 때문에 상품성이 오히려 뛰어나다”며 “깻잎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쌈채소와의 결합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대형마트와 전국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깻잎을 포장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대형마트와 전국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깻잎을 포장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이 ‘깻잎의 고장’으로 바뀌고 있다. 전국에서 생산하는 깻잎의 44~45%가량이 금산에서 출하되기 때문이다. 3~4년 전만 해도 경남 밀양이 가장 큰 주산지였지만 지금은 금산보다 적은 40%가량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재배면적도 286㏊로 전국 깻잎 재배면적 690㏊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금산에서는 깻잎으로만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인삼 생산으로 벌어들인 매출이 280억원 정도인데 이를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2016년 처음으로 500억원대(500억248만원)를 돌파한 금산 깻잎 매출은 지난해 515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생산량도 2016년 8948t에서 9117t으로 많이 늘어났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한 농가에서 수확한 '추부깻잎'. 금산에서는 전국 생산량의 44~45%에 달하는 깻잎을 출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한 농가에서 수확한 '추부깻잎'. 금산에서는 전국 생산량의 44~45%에 달하는 깻잎을 출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금산은 인근 대전보다 일교차가 3~4도가량 크다. 일교차가 클수록 깻잎의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고유의 향이 강해지고 조직도 단단해진다. 금산 깻잎의 뒷면은 유독 보라색이 짙다. 일교차 때문이다.

금산에서는 2600여 농가가 깻잎 농사를 짓는다. 맨 처음 깻잎 농사를 짓기 시작한 추부면에서만 매출의 절반가량인 250억원 정도를 팔았다. 금산지역 깻잎 농가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2000여 만원 정도지만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50여 농가에 달한다.

지난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 냉장창고에 전국으로 출하될 깻잎과 각종 채소가 보관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남 금산군 만인산농협 유통센터 냉장창고에 전국으로 출하될 깻잎과 각종 채소가 보관돼 있다. 신진호 기자

금산의 깻잎 산업이 매년 성장하는 것은 확실한 품질관리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금산군은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도입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였다. 깻잎 재배시설 현대화를 통해 지하수 세척 시스템과 생산 이력제도 도입했다. 2011년 5월에는 깻잎 지리적 표시제를 등록했다.

금산군 이정만 깻잎유통팀장은 “농가의 재배기술이 향상되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한 결과”라며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금산이 전국 최고의 깻잎 주산지를 유지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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