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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900개 박힌 칼, 황금가면 … 18세기 독일 왕실 보물 한 자리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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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왕이 사랑한 보물전’ 중 ‘상아의 방’ 전경.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왕이 사랑한 보물전’ 중 ‘상아의 방’ 전경.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다이아몬드 911개가 박힌 검, 태양 모양을 본뜬 황금 가면, 황금 실로 자수를 논 군복….

광주박물관 ‘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 #‘수집왕’ 아우구스투스 애장품 선봬 #유료관람 불구 평일 300여 명 찾아

18세기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가 남긴 보물들이다. 독일 드레스덴을 유럽 바로크 예술의 중심지로 이끈 그는 세계적인 보물들을 수집한 절대군주로도 유명하다.

유럽 최고의 ‘수집광’으로 알려진 아우구스투스의 애장품을 한곳에 모아놓은 전시에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오는 4월 8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왕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이다. 준비 기간만 1년 6개월, 전시품의 보험평가액이 813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이벤트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장을 광주광역시로 옮겼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는 아우구스투스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가 살아생전 직접 사용하거나 착용했던 무기나 군복 등에 초점을 맞춰 전시장을 꾸몄다.

2부는 18세기 유럽의 왕실예술 진수를 살펴볼 수 있는 메인 전시다. 아우구스투스가 만든 보물의 방인 ‘그린 볼트(Green Vault)’를 소개한다. 강건왕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 보물에 자신의 수집품을 더한 이곳은 유럽 최대의 ‘왕실 예술 컬렉션’으로 불린다. 상아와 청동·보석 등 재질에 따라 분류한 방에 당대의 명품을 모아놓아 유럽 최초의 박물관으로도 평가받는다.

3부에서는 아우구스투스가 재위 기간에 수집하거나 제작한 도자기들을 소개한다. 당시 유럽에서 도자기는 ‘하얀 금’이라 불릴 만큼 귀하고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강건왕은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를 시켜 유럽 최초의 도자기인 ‘마이센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에 심취해 ‘도자기 궁전’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직접 그린 배치도에 따라 ‘도자기 궁전’을 부분적으로 재현함으로써 그의 꿈을 조명했다.

‘확대 사진기술’을 이용한 전시 연출 기법도 관람객들을 잡아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그린 볼트’에 들어서면 실제 ‘그린 볼트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주최 측은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본래 전시공간인 드레스덴 궁전을 촬영한 초고화질 사진을 배치해 전시장을 꾸몄다. 강건왕의 소장품과 궁전 벽 등을 초점을 달리해 수천장의 사진을 찍은 뒤 하나의 작품으로 합성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지 못한 다른 대표작들도 초대형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중 강건왕 재위 시대의 대작 중 하나인 ‘무굴제국 아우랑제브 황제의 왕좌’의 확대 사진은 관람객에게 호응도가 높다.

한편, 지난달 19일 막이 오른 전시는 지난 10일까지 22일간 총 9564명이 관람했다. 국립인 광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유료 전시(7000원·성인 기준)인데도 평일 평균 315명, 주말 평균 806명이 다녀갔다. 광주박물관 측은 1만 번째 입장한 관람객에게는 기념품을 증정한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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