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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핸디캡 딛고 브로드웨이 입성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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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뮤지컬 배우 김소향씨.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씨.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번 겨울 시즌 불꽃 튀는 흥행 경쟁에서 가장 선두에 선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다. 지금까지 90%가 넘는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스터 액트’에 출연 중인 유일한 한국인 배우 김소향(38)을 지난 5일 공연장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지난해 2월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팀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됐다. 그가 맡은 역할은 막내 견습수녀 메리 로버트로 주인공 들로리스 역만큼이나 주목받는 배역이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김소향 #동양인 최초로 주연급 맡아 #‘무라도 자르겠다’ 미국 무대 도전

‘동양인 최초’란 타이틀이 캐스팅 때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뮤지컬 오디션만 50개 넘게 봤다. ‘시스터 액트’는 동양인은 안 뽑는다고 알려져 신청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앙상블과 메리 로버트 커버(대체배우) 역을 지원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주역인 메리 로버트 역으로 결정됐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미국 무대에 도전해 치른 오디션만 수백 차례. 1, 2차 오디션은 쉽게 통과했지만, 영어 발음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일대일 개인과외를 받으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몇몇 작품을 거쳐 2013년 드디어 ‘미스 사이공’의 지지 역에 출연하고 귀국한 그는 ‘보이첵’(2014), ‘모차르트’(2014, 2016), ‘마타하리’(2016) 등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아왔다.

활약이 돋보인 2016년 활동 직후 다시 미국에 간 이유는.
“솔직히 미국에 가기 싫었지만 미국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고 싶었다. ‘무라도 자르고 오겠다’는 심정으로 갔다.”
5월부터 싱가포르·필리핀·일본 등에서 공연했는데, 관객 반응은 어땠나.
“동양인 배우라는 사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싱가포르 언론 리뷰 중 ‘왜소한 동양 여배우가 극장을 뒤흔들었다’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스터 액트’ 내한공연은 21일 막을 내리고, 김소향은 27일부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으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이런 겹치기급 출연이 가능하게 된 것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때문. “중국 정부가 한국 여권을 가진 배우는 출연하지 못한다고 해서 8~10월 진행된 중국 투어 공연에서 빠져야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계획해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는 게 인생이더라. 내 육감을 믿고 흘러가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올해는 한국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 특히 춤이 많고 흥겨운 작품을 하고 싶다. ‘시스터 액트’를 하면서 즐거운 작품이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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