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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하인스 워드' 기사…혼혈아 차별문제 접근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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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국민에게 타전된 이 대단한 사건을 '극화(dramatization) 보도'로 다룸으로써 이 뉴스가 지니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워드나 그의 모친이라는 인물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과정이 생략된 미화된 결과 보도에 치중함으로써 이 뉴스가 내포하고 있는 입양아, 혼혈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같은 우리 사회의 파시즘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나 반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독자들을 극적으로 만족하게 함으로써 보도에 대한 참여자보다는 구경꾼으로 머물게 했다. 또한 이와 함께 감성적 요소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 본위의 표피적 보도로 사건성을 윤색하는 선정주의(sensationalism)가 있었다. 일부 보도는 인터뷰나 현장 취재를 생생하게 담은 자체 보도라기보다는 중계식 보도, 짜깁기식 내용이어서 현장감이나 사실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2월 6일 결승전이 끝난 뒤 워드와 그의 어머니의 관계나 일화에 대한 국내 보도는 결승전이 열리기 전인 2월 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인터넷판)에 실린 '워드는 어머니로부터 배웠다'와 같은 기사의 내용을 넘어서지 못했다. 스포츠맨으로서 성공한 워드의 성공 과정에 대한 구체성이 없는 기사의 생명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보도의 문제점을 거울 삼아 4월로 예정된 워드의 한국 방문을 전후해 어떻게 차별적이면서 가치 있는 보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선정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의 과거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선정적 보도는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사건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사건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 보도 시기, 보도의 양, 내용의 다양성과 심층성, 제목 달기 등에서 너무 안이했다. 예를 들어 Y 제분회장 "예전부터 이 총리 후원 친분"이라는 1면 제목(3월 8일)은 따옴표를 붙임으로써 인용임을 구태여 밝히고 있는 것이나, 어휘의 강도(intensity)에서 그러하다. 기사 내용의 핵심을 제시하고 등급화시킴으로써 독자의 뉴스 선택과 소화를 촉진하는 제목의 기능을 고려할 때 국민의 여론 동향을 반영하는 '부적절한 관계 2년간 지속'이라는 제목을 단 경쟁지와 대조적이었다. 사실 이 사건과 관련해 심층적 분석을 담은 기사는 일주일이나 지난 3월 6일에야 나타났다. 사회의 분위기나 타 언론의 흐름을 살핀 뒤에 보도를 확대하는 인상을 주었다. 권력을 검증하여 사실과 진실을 발굴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본령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건의 단순한 전달이나 점잖은 코멘트만으로는 권력이 은닉할 수 있는 부정직과 범법을 탐사할 수 없다. 권력의 문제점에 대해 용기 있는 저널리즘(courageous journalism)의 적극적 실천을 주문한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