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해 벽두부터 불붙은 대구·구미 낙동강 취수원 이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취수원 이전 문제를 후임자에게 넘기지 말고 깔끔하게 해결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한국당 정태옥 의원 성명 도화선 #구미 민관협 “선거 앞 정치 공세” #작년 8월 민주당 특위 토론회서 #논의 진척됐으나 다시 제자리로 #전문가 “결정권자 모여 결론 내야”

“일부 정치인들이 구미시민들과 한 번의 논의도 없이 취수원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윤종호 구미시 민관협의회 위원장)

대구시와 구미시의 낙동강 취수원 이전 갈등이 해가 바뀌었지만 접점 없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10년째 서로 주장만하며 해결책 없이 반목만 있어서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구 취수원 이전 토론회’를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가 싶더니 다시 제자리다.

갈등이 다시 촉발된 계기는 한국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정태옥 의원의 성명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남유진 시장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처럼 리더십 발휘 없이 시민단체와 시민 정서에 맡겨놓고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북도지사 자리는 구미시장보다 수십 배 더 큰 리더십과 이해 조정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제가(齊家) 후 치국(治國)하고 평천하(平天下)할 수 있음을 천하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남 시장은 지난해 12월 26일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남 시장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구미시 민관협의회가 낸 성명을 구미시가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구미시 민관협의회는 “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정치적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맑은 물을 대구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본연의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당리당략에 빠져 구미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했다.

구미시 민관협의회는 “미세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 아래 대구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통한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저의가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구미시를 대구시의 물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두 지자체 간 ‘낙동강 물싸움’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암 의심물질인 1, 4-다이옥산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낙동강은 대구시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67%인 53만t을 취수하는 곳이다.

대구 수돗물은 대구시 달성군 매곡리에서 취수해 매곡·문산정수장에서 정수한 뒤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매곡리는 구미공단으로부터 34㎞ 하류에 위치해 있다. 대구시는 2012년 구미시 취수원이 있는 낙동강 상류(해평취수장)를 새 취수장 이전 후보지로 꼽았다.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배출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여서 취수원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구미시가 반발했다.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의 수량이 줄고 수질도 나빠질 수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취수원을 옮길 게 아니라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2015년 두 지자체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9차례에 걸쳐 협의를 거쳤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6년 11월엔 공동건의서를 마련해 국무총리실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일 대구·경북 지역구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회동한 자리에서도 취수원 문제가 거론됐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의원들이 직접 대구와 구미의 의사 결정권자들과 만나 중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순화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갈등이 장기화되다 보니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정책결정권을 가진 대구시장, 구미시장, 국토교통부가 3자 대면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